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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춘향전 러시아어로 번역 한국계 작가 아나톨리 김

입력 | 2002-12-06 18:08:00


“매력적인 춘향이에게 푹 빠졌습니다.”

러시아의 한국계 작가 아나톨리 김(63·사진)이 재외동포재단(이사장 권병현) 초청으로 9일 4년여만에 고국을 찾는다. 김씨는 한국문학번역원(원장 박환덕) 주최로 11∼12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세계를 향한 한국문학’ 심포지엄에 참석해 이어령(李御寧) 전 문화부장관과 함께 기조강연을 할 예정이다. 강연 제목은 ‘20세기 인류역사와 세계문학의 흐름’.

그러나 요즘 김씨를 사로잡고 있는 것은 춘향전이다. 김씨는 최근 한국외국어대 김현택 교수(러시아어학) 등의 도움을 받아 춘향전을 처음으로 러시아어로 완역했다. 내년 상반기 모스크바의 쿨투라(문화) 출판사에서 출간할 예정.

김씨는 “춘향은 러시아의 문호 알렉산드르 푸슈킨이 쓴 시 형식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에 나오는 정숙하고 사랑이 넘치는 여주인공 타티아나를 꼭 빼닮아 러시아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작품활동뿐 아니라 한국문학을 러시아에 소개하는 데 부쩍 관심을 가지게 된 김씨는 이효석(李孝石) 이광수(李光洙) 등 1920∼1930년대 대표적인 작가 7명의 작품을 번역하는 데도 참여했다.

“작품 속에 민족의식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온 그에게는 뜻밖의 변화다. 그러나 김씨는 “그동안에도 내 작품의 미학과 세계관 속에는 늘 피할 수 없이 한국적 요소가 녹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인 3세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나 모스크바의 고리키 문학대학 등에서 미술과 문학을 공부한 김씨는 1970년대 소련 문단에 나와 70여편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아버지의 숲’ ‘다람쥐’ 등 대표작이 20여개 국어로 번역될 만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