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군소후보들 거리로… 시장으로…“공약만은 내가 1등”

입력 | 2002-12-06 18:10:00


5일 경기 화성시 발안시장을 찾은 하나로국민연합 이한동 후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대통령 후보의 그늘에 가려 눈길을 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군소후보’라는 통칭으로 불리는 대선후보들이다. 그러나 이들도 나름대로의 소신과 정치철학, 공약을 발표하며 표밭을 누비고 있다. 이들 후보들의 움직임을 기호순으로 소개한다.》

▽하나로국민연합 이한동(李漢東) 후보〓6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과 경기 분당 등을 돌며 “제3의 길, 제3의 선택, 기호 3번 이한동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상인들과 어울려 막걸리를 마시던 중 “수산업협동조합이 시장을 인수한 뒤 관리비 인상 문제 때문에 갈등이 있다”는 민원을 듣고 “수협 및 농림부 같은 관련기관에 원만한 타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날 유세에서 “평생 재판만 하다 정치인으로 6년 된 사람과 국회의원 두 번 하고 장관 조금 했다고 나라를 이끌 수 있겠느냐”며 이회창(李會昌)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모두 비판한 뒤 “풍부한 국정수행 경험과 정치적 경륜, 도덕성을 검증 받은 내가 국가를 이끌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5일 경남 창원시내 한 상가에서 상인과 악수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6일 전북 전주에서 거리유세를 갖고 “국민투표를 실시해서라도 반드시 부유세를 도입해 빈부격차 해소와 사회복지 확충을 위한 재원으로 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새만금사업 중단과 김제신공항 건설 반대, 군산 미군기지 소음피해 해결 등 지역현안 공약도 제시했다.

이날 권 후보는 전주 중앙시장 상인과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에게서 후원금을 받은 것을 비롯해 최근 지지자들의 손때 묻은 후원금이 답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노당은 이날부터 ‘기호 4번 알리기 운동’을 적극 펼쳐나가기로 했다.

선대위 김종철(金鍾哲) 대변인은 “최근 당으로 걸려 오는 격려전화 대부분이 ‘TV토론에서 기호 3번이 제일 잘했다. 이번에는 꼭 3번을 찍겠다’는 내용이어서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TV토론과 언론보도에 세 후보만 등장하다 보니 유권자 의식 속에 자연히 ‘권영길은 기호 3번’이란 인식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노당은 각종 유세에서 ‘4번 타자 권영길’ ‘노동자를 4랑하는 권영길’이라는 슬로건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2차 TV토론부터는 기호 4번임을 수시로 강조할 방침이다.

지지자들과 함께 거리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사회당 김영규 후보

▽사회당 김영규(金榮圭) 후보〓6일 부산을 방문해 “부산을 지역감정의 중심으로 전락시킨 보수 정치세력은 국민 앞에 사과하라”며 “지역주의를 넘어서는 길은 사회주의 정당을 지지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본주의 정치세력에 대해 사회주의 정치세력이 맞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부산시내 해고노동자, 장애인, 노점상 단체를 방문해 “당선되면 사회적 약자와 함께 투쟁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부산시청 앞 광장 거리유세에선 “장애인을 위해 차 바닥이 낮은 ‘저상 버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재벌 중심의 소유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20억원 이상의 상속 금지 △연 20% 넘는 고리사채 금지 △토지거래 허가제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서민의 지지를 호소했다.

▽호국당 김길수(金吉洙) 후보〓서울 봉천동 법륜사 주지인 김 후보는 6일 경남 지역의 주요 사찰과 마산 진주의 재래시장을 돌며 “한국은 지금 정치부패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종교인인 내가 집권해야 뿌리깊은 부패구조를 깨끗이 청산할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시민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호국당 김길수 후보

그는 △조세정책의 대폭 개정을 통한 ‘빈익빈 부익부’ 타파 △‘선(先) 평화, 후(後) 통일’의 대북정책 △획기적인 집값 안정 대책 마련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전면 개정 등을 주요공약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난달 28일 후보 등록 직후 강원도의 한 산사에서 외출을 완전 금하고 수행만 하는 불교 수행인 ‘동안거(冬安居)’를 하다가 5일에야 서울 동작구 국립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선거운동에 나섰다.

▽무소속 장세동(張世東) 후보〓6일 경기 수원 오산 평택, 충남 천안, 대전을 방문해 “기존 정치인의 폐해를 일소할 새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천안 갤러리아백화점 앞 유세에서 “집권하면 1년 이내에 모든 권력구조를 검토한 뒤 개헌해, 2008년부터 시행토록 할 것이며 내각책임형 총리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정정당에 얽매이지 않는 90%의 국민이 선거혁명을 이뤄낼 것”이라며 “언론도 군소 후보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공정한 선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5일 제주시 동문시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무소속 장세동 후보 -연합

장 후보측은 “이회창, 노무현 후보의 실제 득표율은 합쳐도 전체의 50%대에 머물 것으로 본다”며 “따라서 장 후보가 국민의 35%만 끌어와도 당선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