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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 저편 192…전안례(奠雁禮) 14

입력 | 2002-12-08 17:39:00


“이사했나예?”

“어어, 그렇다”

“멀리로?”

“경성이다”

우철은 처음으로 아내에게 거짓말을 했다. 우홍이는 나한테만 얘기했다. 자기 아버지에게도 비밀로 하고 상해로 떠났다. 우홍이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쩌고 있을까? 둘밖에 없는 아들이 모두 의열단에 들어가고 말았으니, 아버지가 혹 경찰에 끌려가 조사를 받은 것은 아닐까? 아니다, 우홍이 형님이 의열단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나뿐일 것이다. 인혜에게는 거짓말하고 싶지 않지만, 인혜가 무슨 말을 하다가 자칫 빙모나 언니들에게 말하고, 그녀들이 남편이나 친구들에게 말하면…, 우홍이와 우홍이 가족의 목숨이 달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무슨 생각 하는데예?” 인혜가 남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아무 것도 아이다…” 우철은 손가락으로 아내의 눈썹을 더듬고, 관자놀이와 입술을 살며시 애무한다. 아침 햇살이 얼굴 왼쪽에 비쳐 피부가 빛나 보인다. 손바닥으로 머리카락이 들러붙어 있는 목선을 어루만지며 온기와 부드러움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다 끓어오르는 욕망을 느꼈다. 우철은 눈을 감고 잠자고 있을 때처럼 입을 살짝 벌리고 있는 아내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입술을 포갰다.

누군가의 발소리가 다가와 인혜는 두 눈을 반짝 떴다. 둘은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저고리를 걸쳤다.

“들어가도 괜찮습니까?” 인유의 목소리였다.

“아, 예, 들어오이소” 우철이 대답했다.

“잘 잘습니까? 원래는 새색시가 차려야 하는 법인데, 이 아가 홀몸이 아니라서 제가 차렸습니다. 그래 입을 맞춰 주이소” 인유는 잣과 깨가 들어 있는 죽과 잡채와 김치를 차린 아침상을 들고 들어왔다.

“어떻노, 몸은 좀?” 인유는 동생의 얼굴을 보았다.

“잠을 푹 잔 덕분인지 기분이 한결 낫다. 요 일주일 동안, 아침에 눈 떴다 하면 헛구역질이 났는데, 오늘은 괜찮다. 배속에 알라가 있다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다”

“아침에 일어나서아무 것도 안 먹으면 나중에 속이 메슥거리니까, 제부하고 같이 좀 먹어라. 어제는 거의 못 먹었제? 알라가 배고프겠다”

“그래, 잘 먹을게”

“어서 어서 먹어라” 인유는 어젯밤의 주안상을 들고 신방에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