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소음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성북구 강남구 성동구 등이 ‘소음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들 자치구는 특히 주거지역의 공사 소음이나 심야시간대 소음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일반지역의 경우 심야시간대(오후 10시∼오전 6시)에 소음기준치(40∼65㏈)를 초과하는 비율이 84.6%에 이른다.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한 재개발 공사 현장. 굴착기에 이동식 방음장치를 장착해 공사 소음을 10㏈ 이상 줄였다. - 사진제공 성동구청
6월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조사 결과 소음과 진동이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주민의 자발적 참여 유도〓성북구는 9월 25일부터 ‘소음 없는 성북’을 구호로 내걸고 소음을 줄이기 위한 운동에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30개조 300여명으로 ‘주민 소음감시대’를 결성했으며 매월 첫째 일요일을 ‘소음 없는 날’로 정했다.
주민감시대는 공사소음이나 확성기소음 현장을 찾아 중지를 요구하거나 구청에 연락한다. 또 구는 소음 피해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도록 공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최병재(崔炳載) ‘소음 없는 성북’ 팀장은 “사업주와 주민들의 인식이 바뀌어 가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소음 민원이 월 평균 136건에서 지금은 94건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철저한 심야 단속〓강남구는 ‘심야 공사소음 민원 제로(0)’라는 목표에 도전하고 있다. 11월 25일부터 ‘소음민원 기동처리반’을 3개조(조당 5명)에서 5개조로 늘려 24시간 감시체제에 들어갔다.
굴착기 등 공사장비가 기준치 이상의 소음을 내 2회 적발되면 다른 것으로 바꾸도록 하는 ‘투 아웃제’도 도입했다. 또한 소음진동규제법이 정한 주거지역 낮 시간대(오전 8시∼오후 6시) 소음기준치는 70㏈이지만 65㏈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고 공사장이 3회 이상 기준을 초과하면 고발할 계획이다.
▽공사 방음장비 개발〓성동구는 최근 한 건설사와 함께 이동식 방음장치를 개발했다. 폴리우레탄을 이용한 흡음(吸音)장치를 굴착기에 달면 소음을 10㏈ 이상 줄일 수 있다. 하왕십리동의 한 건설현장에 적용한 결과 7월 중순∼9월 중순 25건이던 소음 민원이 9월 중순 이후 지금까지 1건에 그쳤다.
▽앞으로의 과제〓성북구와 강남구는 현행 소음진동규제법보다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조례를 만들려고 했지만 상위법과의 충돌 때문에 못하고 있다. 이들 자치구는 “환경부가 소음 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음의 지속 시간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 강남구 관계자는 “낮시간 주거지역의 소음이 기준치 이하인 69㏈이라고 해도 장시간 지속되면 기준치 이상 소음 못지않은 피해를 준다”면서 “지속 시간에 대한 규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