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제시 노먼 가곡 리사이틀. 노먼은 풍부한 성량과 완숙한 무대 매너로 관객을 열광시켰다.사진제공 예술의전당
소프라노 제시 노먼의 두 번째 내한 공연이 열린 4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의 분위기는 초겨울의 추위를 녹이듯 시작부터 이례적으로 뜨거웠다. 첫날 공연의 레퍼토리는 베토벤 ‘겔레르트의 시에 의한 6개의 가곡’, 라벨 ‘세헤라자데’ ‘6개의 그리스 민요’, 파야 ‘7개의 스페인 민요’. 어디를 들여다보아도 ‘대중적’이라 할 만한 점은 없었다.
그러나 ‘만물에 깃든 신의 영광’을 제외하면 제대로 접할 기회조차 드문 베토벤의 연가곡에서부터 관객은 커다란 환호와 함께 ‘전설의 현역’에 공감을 표시했다. 지난해 공연의 열광적인 분위기를 직접 접했거나 전해들은 관객들은 미리부터 ‘열광할 준비’를 단단히 한 듯 했다. 그리고 노먼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베토벤 6개의 가곡에서 노먼은 머리 뒤편 깊은 쪽의 공명을 사용, 서늘함이 밴 목소리와 거대한 볼륨으로 독일 가곡의 철학성을 표현했다. ‘신의 영광’ 등 몇 곡에서는 높은 음의 포르테에서 음정이 눈에 띄게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다. 연구개(軟口蓋) 부분을 더 활짝 열었다면 다소간 음색의 변화를 감수하고서라도 좋은 효과를 나타냈을 듯이 보였다.
20세기 초의 이국주의(Exoticism)를 한껏 표현한 라벨의 곡에서 그의 컬러는 한순간에 변했다. 멜로디의 연결보다 단어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주력한 작곡가의 의도에 맞추어 그는 볼륨을 한층 줄인 채 때로 속삭이듯, 때로 콧노래로 흥얼거리듯 자유로운 악상을 펼쳐나갔다. 3층 객석 맨끝에서 공연을 감상한 음악팬들은 “피아니시모에서도 그의 목소리는 아주 또렷하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마지막 순서로 준비된 파야의 ‘7개의 스페인 민요’에서 그는 향토적이며 주술적인 스페인 민요의 감성을 찬찬히 전달했지만, 반주자인 마크 마커엄은 기타의 연주법을 고스란히 흉내내려 한 피아노 반주부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아쉬움을 주었다. 다소 건조한 기타의 음색에 맞춰 잔향을 ‘끊어주는’ 방식으로 페달을 사용하는 쪽이 좋았을 듯했다.
7일 재즈 공연은 관객과 더불어 호흡하는 노먼의 장기를 십분 살린 분위기 있는 무대였지만 본격적 재즈 공연으로 보기는 힘들었다. 재즈 칼럼니스트 황덕호씨는 “본격 재즈공연에 필요한 연주자들의 즉흥연주(Improvisation)가 생략된 채, 고정된 편곡으로 정형화시킨 공연이었다”고 평가했다. 명성이 자자한 그레디 테이트의 드럼연주를 충분히 맛볼 수 없었던 점도 많은 재즈팬을 아쉽게 했다.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