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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올림푸스한국’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입력 | 2002-12-09 18:05:00



올림푸스는 8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카메라 회사다.

반면 ‘올림푸스한국’의 역사는 2년도 채 안 된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한국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일본 전자업체들은 그동안 세계시장에서는 절대강자로 군림해왔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올림푸스한국의 성장세는 매우 예외적인 현상.

이 같은 성과를 이룬 것은 올림푸스 본사가 일본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각종 경영개혁 조치를 올림푸스한국이 과감하게 도입한 덕분.

이 때문인지 올림푸스한국은 스스로 ‘한국 기업’임을 자처한다.

▽경영에 손대지 말라〓올림푸스한국의 방일석(方日錫·39) 사장은 2000년 삼성전자 일본 주재원을 맡다가 올림푸스 본사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첫째, 한국법인의 회계 인사 경영을 본사에서 완전 독립시켜 현지 대표이사에게 전권을 줄 것. 둘째, 한국법인의 이익금은 100% 한국에 재투자할 것.

현지법인에 대한 관리감독을 중시하는 일본 기업으로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조건은 받아들여졌고 방 사장은 그해 9월 올림푸스 본사가 내놓은 60억원의 자본금으로 한국법인을 세웠다.

방 사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호텔에 방을 잡아놓고 사무실을 얻고 인테리어를 하면서 사업을 시작했어요. 물건을 팔려니까 올림푸스 브랜드 인지도가 너무 낮았어요. 그래서 60억원 중 50억원을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광고비로 썼습니다.”

광고전략의 핵심인 카피도 전세계 올림푸스 광고가 공통으로 쓰는 ‘Focus On Life(삶에 초점을 맞춰라)’ 대신 ‘Eye Want Olympus(눈은 올림푸스를 원한다)’로 정해 브랜드를 강조했다. 네티즌을 겨냥한 TV광고를 카메라 업체로는 처음 시작했다.

▽한국시장은 한국법인이 안다〓방 사장은 일본의 전자제품 업체가 한국에 안착하는 데 실패한 이유를 방대한 밀수시장과 복잡한 유통구조에서 찾았다. 이에 따라 일본 본사에 이색적인 추가조건을 내걸었다.

조건은 한국에서 올림푸스 카메라 밀수품이 발견되면 본사는 한국법인에 일정액의 위약금을 지급한다는 것. 일본 카메라 밀수품은 일반적으로 일본 본사가 상품을 재고 처리할 때 싼값에 대량으로 물건을 따낸 밀수업자들이 한국에 들여온다.

즉 유통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밀수품이 들어온 만큼 본사가 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 다른 카메라 업체들이 50%가 넘는 밀수품으로 골머리를 썩일 때 올림푸스는 정품 비율을 95% 이상으로 높였다.

정품 비율이 높아지면서 애프터서비스 문제가 덩달아 해결됐다. 다른 일본 가전업체들은 한국시장에서 밀수품 비율이 높아 애프터서비스 확대를 주저해왔던 것. ‘정품’만 가려서 애프터서비스를 해주면 밀수품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기 때문이다.

▽개혁 실험장 된 한국법인〓올해 올림푸스 한국은 9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외국기업 순위 100위 이내, 순이익 규모도 60위 안에 진입할 것을 자신하고 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방 사장의 본사에서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올림푸스가 소비자에게 직접 파는 모든 상품을 관장하는 영상사업부의 4명의 이사 중 한 명으로 경영전략 수립의 핵심역할을 맡고 있다. 10월 말에는 최고의 세계법인 경영자에게 주는 ‘2002 프레지던트 어워드’를 받았다.

방 사장은 올해 10월 올림푸스 한국과 일본 본사가 합작투자하는 형태로 디지털카메라 관련 기술개발을 맡을 자회사 ‘ODNK’를 한국에 세웠다.

ODNK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맞는 디지털 솔루션을 연구, 개발하는 회사로 일본을 포함해 올림푸스 조직 안에서 유일한 것.

내년에는 디지털카메라 주변기기를 국내에서 생산해 연간 500억원어치 이상을 수출할 계획이다.

방 사장은 “혁신을 필요로 하는 일본 올림푸스는 한국법인을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시험장으로 보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한국은 최적의 인터넷 및 소프트웨어 개발환경을 갖고 있어 올림푸스 개혁실험장으로 최적지”라고 말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