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날씨가 추워지면 누구나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된다. 기온이 내려가면 땀은 줄고 소변 양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즈음 요실금을 포함한 배뇨 이상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부쩍 늘어난다.
특히 여성 환자의 경우 증상의 경중을 떠나 누구나 흔하게 경험하게 되는 것이 요실금이다. 그러나 요실금은 창피해서 숨기고 싶은 병으로 여겨져 제대로 증상을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그동안 비뇨기과 의사가 대부분 남자였던 탓에 몇 년 동안 참고 지내다가 비뇨기과에 여의사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일부러 찾아오는 환자들도 꽤 있다.
요실금이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소변이 나와 속옷을 적시는 증상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성인 여성의 약 절반 정도가 요실금으로 고통받고 있다. 여성에서 요실금이 발생하는 대표적 원인에는 임신과 분만, 폐경이 있다. 임신 중에는 태아가 자랄수록 임산부의 골반신경이 압박돼 신경 손상을 입을 수 있고, 분만시에는 골반 주변의 근육과 이를 둘러싼 얇은 막들이 출산으로 인해 찢어지거나 골반 신경이 늘어나는 손상을 입기 쉽다. 또한 폐경은 대표적인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기능을 약화시키는데, 이 호르몬은 요도 점막과 요도 혈관에 작용해 소변 지리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노화에 따른 골반 근육과 하부 요로 근육의 긴장력 저하와 이완, 방광과 요도의 기능 저하 등도 요실금을 촉발하는 요인이 된다. 결국 요실금은 이 같은 여러가지 노화로 인한 변화들에 의해 생기는 것이다.
치료는 크게 수술 요법과 비수술 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요법은 적용하는 경우가 다르고, 효과도 조금 차이가 있다. 수술 요법은 효과를 빨리 볼 수 있다. 특히 요즘에는 간편하고도 다양한 수술법이 개발되어 높은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비수술 치료법으로는 방광 훈련과 골반근육 재활운동 같은 행동치료와 약물치료, 소변이 새지 않도록 특수 고안된 기구를 착용하는 방법들이 있다. 요실금 기저귀 등을 착용하는 보조적 요법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우선,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절한 신체 상태를 유지하고 자극적이거나 카페인이 많은 음식(홍차 커피 초콜릿 탄산음료 등)을 피해 방광을 보호해야 한다. 하루 8∼10컵 정도의 수분을 섭취해 평소 방광염을 예방하고 변비가 있다면 치료해야 한다.
출산 경력이 있는 여성이 요실금을 미리 피하고 싶다면 골반근육의 긴장도를 강화시켜 주는 골반근육운동(케겔운동)을 배워 이를 지속하는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된다. 케겔운동은 쉽게 말해 항문 조이기 운동이다. 이는 일반 근육운동과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배우도록 권하고 있는데, 요즘에는 각종 의료기관이나 보건단체에서 자주 강좌를 실시하고 있으므로 그런 기회를 이용하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요실금의 정체를 알고 충분한 준비로 예방한다면, 소변 때문에 생활에 지장을 받는 괴로움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윤하나 이화여대 의대 교수·비뇨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