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발생한 인천 중구 북성동 여인숙 화재 사건은 인천의 구도심권에 남아 있는 ‘목조건물’이 화재 때 얼마나 속수무책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인천의 구도심권인 중구 북성동, 선린동, 관동, 신포동 일대와 동구 만석동 일명 아카사키촌(부두노동자의 집단숙소) 등의 목조 건물에는 900여가구 1600여명이 살고 있다.
이들 목조건물은 대부분 1930∼195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소방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
대부분 1, 2층인 목조건물은 다닥다닥 붙어 있어 한 곳에 불이 나면 이웃으로 번질 수 밖에 없는 구조.
중구는 북성동, 선린동, 항동 일대의 낡은 목조건물을 현대식 건물로 신축 또는 개축하는 방식의 ‘인천 차이나타운 개발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건물주의 사정과 부족한 융자금(건물 당 500만원), 시중금리와 비슷한 대출금리 등으로 목조건물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카사키촌도 인근 만석소방파출소가 소화전을 설치하는 등 화재에 대비하고 있지만 목조 건물이 오밀조밀 모여있어 화재위험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6명이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은 경향여인숙 화재 사건 때 2층 투숙객은 제대로 대피할 수도 없었다. 삽시간에 건물이 불길에 휩싸였으며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1층 천장이 무너져 내리면서 2층 투숙객들이 빠져나오지 못했다. 목조건물이지만 소방시설 적용대상(연면적 400㎡ 이상)에서 제외된데다 비상벨마저 없었던 것이 인명 피해가 커진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주민들은 주장한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