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SBS
《개그맨 이혁재(29)는 한눈에 보기에도 피곤해 보였다.
바쁜 스케줄에 쫓기다 보니 하루에 2∼3시간 밖에 잘 수 없는데다 며칠전부터는 감기 몸살까지 겹쳤다. 그러나 그는 SBS ‘야인시대’를 비롯, KBS2 ‘토요대작전’ SBS ‘뷰티풀 선데이’ ‘휴먼TV 유쾌한 세상’ 등 5개 프로그램에 매인 몸.
쉴 자유가 없을 만큼 바쁘다.》
“다작(多作)은 좋지 않지만, 이제 분유값도 벌어야 되고….(웃음) 지금은 제가 가진 걸 한창 쏟아내야 할 때에요.”
그는 11월 25일 ‘아빠’가 됐다. 촬영장에서도 “아이 얼굴이 눈에 밟힌다”는 그는 첫 아이를 낳은 아빠들의 모습이 늘 그렇듯 아이 자랑부터 시작했다.
“아이 이름이 태연이에요. 클 태(太), 연나라 연(燕). 유명한 성명학자가 제 팬이라며 지어준 이름이죠. 애가 제 눈매를 꼭 빼닮았어요. 아주 남자다워요. 허허.”
그는 복학생(인하대 기계공학과)이던 98년 심경애씨(24)를 만나 4년 연애 끝에 4월초 결혼했다. 얼마전 한 오락프로그램에서는 자신의 결혼 과정을 영화 ‘은행나무 침대’에 비유하며 “극 중 신현준처럼 아내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취방 앞에 무릎꿇고 장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혁재는 “우리같은(?) 사람은 한 번 꽂히면 절대 놓지 않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이런 그의 집념은 연예계에 입문하는데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 복학을 한 뒤 친구들이 모두 취직 준비로 바쁠 무렵, 그는 학교에 붙은 벽보 하나를 보고 무릎을 쳤다. 지금은 종영된 KBS2 ‘캠퍼스 영상가요’에 참가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차력쇼’를 준비해 무대에 올랐고 1등상을 탔다. 그 뒤로 방송사 개그맨 공채 시험을 보기 위해 ‘라틴 댄스’를 배웠고 99년 MBC에 합격했다.
“‘동네에서나 웃긴 거지, 밖에서도 그게 통할 것 같느냐’고 주변에서 다들 말렸죠. 그 때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개그맨 해서 만약 잘 안 풀리면 내가 벌어서 먹여살릴테니까 오빠 하고 싶은 거 하라’고. 사실 전 자신 있었어요.”
그는 일단 댄스교습소에 등록해 5개월간 ‘라틴댄스’를 배웠다.
“뭔가 제대로 하려면 ‘양다리’를 걸치면 안돼요. 취직 생각은 아예 접고 개그맨이 되는데만 총력을 기울였죠.”
그의 외모는 못생겼다기보다 독특하다. 무서운 눈매의 그가 작고 통통한 몸으로 ‘차차차’ ‘지루박’을 추는 모습에 시험감독관은 모두 자지러졌다.
그는 데뷔 4년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SBS ‘야인시대’에 출연하면서 그의 인기는 치솟고 있다.
“연기를 계속할 뜻은 없어요. 다만 ‘야인시대’ 출연 요청을 받고, 개그맨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이야 처음이니까 좋게 봐주시지만 제가 정말 연기를 하겠다고 나서봐요. 시청자들이 ‘쟤 왜 저러냐’고 하실걸요.”
그는 ‘보스’ 기질이 다분하다.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개그맨의 개인적 역량에 관심이 모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작가와 PD의 의도, 캐릭터 설정에 자신을 맞춰가야 하는게 가장 힘들다고.
그의 ‘개그 철학’은 ‘리얼리즘’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개그에 투영시키자는 것이다.
“순리대로 사는 게 가장 좋아요. 성공하려고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죠. 아내와도 ‘언제든지 시청자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 되기로 약속했죠. 살다보면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고, 편하게 생각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인천 토박이로, 서울로 이사하지 않고 인천에서 부모를 모시며 살고 있다.
“서울은 사람 많고 차도 많아서 싫어요. 앞으로도 인천을 떠날 생각은 없죠.”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