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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눈물의‘대전 블루스’

입력 | 2002-12-12 17:46:00

대전시티즌 김영근이 수원삼성 가비에 앞서 공중볼을 따내고 있다.권주훈기자


종료 휘슬이 울리자 대전 시티즌 선수들은 고개를 떨군 채 그라운드에서 한동안 움직일 줄 몰랐다. “꼭 이겨야 했는데, 그래야 팀을 살릴 수 있는데….”

12일 제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 서울-하나은행 FA(축구협회)컵 축구선수권대회 준결승. 재정난으로 존폐 위기에 몰린 ‘지난해 챔피언’ 대전이 경기 종료 9분 전 통한의 결승골을 내줘 수원 삼성에 0-1로 석패해 ‘정규리그 꼴찌의 반란’을 마감했다.

올 시즌 K리그에서 최하위에 그쳤던 대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기업 계룡건설이 재정난에 시달리자 매각을 검토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선수들의 월급도 석 달치나 밀렸다. 그러나 대전 선수들은 FA컵에서 우승하는 것만이 구단을 살리는 길이라 생각하고 온몸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해결사’ 공오균과 주장 김정수가 왼쪽 어깨 부상, 강정훈이 오른쪽 발등 부상 등 주전선수들이 줄줄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지만 모두 그라운드에 나섰다. 간판 스타인 김은중과 이관우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모훈바간과의 경기를 위해 지난달 말 인도에 다녀오면서 감기에 걸려 입원까지 했지만 이를 악물고 그라운드에 나왔고 골키퍼 최은성도 몸살로 링거를 맞고 출전했다.

대전 선수들은 끈질긴 투혼을 보였다. 김영근이 주축이 된 수비라인은 철저한 압박수비로 수원의 예봉을 꺾었고 김은중과 공오균은 투톱을 형성해 상대방 문전을 위협하며 맞섰다. 그러나 삼성 서정원의 단 한방에 무너졌다. 사실 이 골은 대전으로서는 너무나 억울한 골이었다. 이날 경기를 본 KBS 이용수 해설위원은 “저 골은 분명 오프사이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감독도 “오프사이드”라며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라운드를 나서는 이 감독의 눈가엔 눈물이 고였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는데 너무 안타깝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라며 라커룸으로 사라졌다.

반면 수원은 서정원의 천금 같은 결승골로 96년 준우승 이후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수원은 후반 36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이기형이 슛한 볼을 조병국이 다시 패스하자 서정원이 골지역 왼쪽에서 받아 넣었다. 수원은 올 시즌 ‘프로 전관왕’ 성남 일화를 2-1로 꺾고 올라온 포항 스틸러스와 15일 오후 2시30분 패권을 놓고 맞붙는다.

포항은 이동국과 레오의 연속골로 샤샤와 김대의가 빠진 성남을 침몰시켰다. 이동국은 3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서귀포〓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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