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 잡지에는 조기교육에 관한 기사가 많이 등장한다. 아이들이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가 많아 정신병이나 원형탈모증에 걸리는가 하면 심지어 처지를 비관해 자살하기도 한다. 정말 조기에 영어를 가르쳐야 국제감각을 가진 세계인이 될까.
서울대 의대 서유헌 교수는 4월5일자 교수신문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아이의 뇌는 성인 뇌 무게의 25%에 불과하고 한꺼번에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이에 따라 부위별로 발달한다. 아직 회로가 엉성한 유아에게 어른에게 가르치듯 무차별적으로 조기교육을 하는 것은 문제다. 전선이 엉성하게 연결되어 있는 경우 과도한 전류를 흘려보내면 과부하 때문에 불이 나는 것처럼, 신경세포 사이의 회로가 아직 성숙하지 않은 유아가 과도한 조기교육을 받으면 뇌에 불이 일어나 ‘과잉학습 장애 증후군’이나 각종 스트레스 증세가 나타난다.”
‘감성지능’이란 책에서 “IQ보다 EQ가 중요하다”고 해서 충격을 주었던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은 뇌의 전두엽에 편도복합체라는 부위가 있으며 이곳에 정서적 경험이 각인된다고 했다. 지적 능력과 관련이 깊은 대뇌피질의 회로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계속 연결되지만 정서적 경험을 저장하는 편도복합체는 태어날 때 이미 연결돼 있어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받는 사랑, 사물에 대한 호기심,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 등은 뇌에 들어가는 즉시 기록된다. 따라서 영유아기에는 아이를 똑똑하게 키우기보다는 행복하고 신나게 해주어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갖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최근에는 사람의 뇌에 기쁨을 전달하는 회로가 있으며, 이 회로가 어려서 형성된다는 사실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의학계의 연구 결과와 유아교육자들의 관찰 결과는 같다. 아이들은 보고 듣고 만지고 먹고 냄새맡는 등 감각적 경험을 많이 할 때 잘 자란다. 또 자신이 흥미를 느낄 때까지 기다려 주고, 도움이 필요할 때를 알아 민감하게 반응해 주는 어른이 있어야 커서도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 어려서부터 공부만 시키고 행복한 경험을 주지 않으면 나중에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싶어도 못 갖게 된다. 이런 경우 아이는 커서 부모의 기대와는 반대로 공부를 싫어하는 사람이 된다. ‘과똑똑이’는 되지만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1998년 부모를 토막살해했던 일류대학생 이모군은 지능이 높았고 수재였지만, 그 청년의 일기에는 어린 시절 사랑보다는 공부를 강조했던 부모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다.
유아기에 먼저 길러주어야 할 것이 있고, 나중에 해도 되는 것이 있다. 편도복합체에 정서적 경험이 기록되는 것은 유아기에 거의 끝난다. 학습지나 조기 영어교육, 특기교육 등은 나중에 대뇌 피질의 회로가 생긴 후에 해도 늦지 않으나 인성교육, 기본 생활교육은 유아기에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본다. 뿌리가 썩은 후에는 되살릴 길이 없다.
‘알묘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