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여러분을 다시 보니 38년 전 대한민국에 영구 귀국한 것은 제 생애 최고의 결정이었다는 자부심이 듭니다.”
김성근 전 LG 감독의 회갑연이 열린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 제자 대표인 SK 김기태의 축사에 이어 답사에 나선 그의 눈가엔 어느새 이슬이 맺혔고 150여 하객들은 하나같이 눈시울을 적셨다.
“감독이기에 앞서 아버지의 입장에서 여러분과 가족의 미래를 책임지려고 했습니다. 모자란 김성근을 믿고 따라준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과 함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구단에서 불명예 중도 해임을 당한 전임 감독의 회갑연이라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이날 모인 그의 제자와 가족, 코치만도 100명을 훌쩍 넘는 규모. 그가 감독을 맡았던 OB 태평양 쌍방울 삼성 LG의 전 현직 선수와 코치가 거의 참석했다.
누군가 “이 정도 인원이면 제9구단과 10구단을 만들어도 될 정도”라고 하자 “그럼 우리 김 감독님이 복귀하시면 되겠네”라는 맞장구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김 전 감독은 “그럼 오늘 회갑연 끝나고 모두 남아. 한 2시간만 야간훈련을 하자고”라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유도했다.
모임을 주도한 사람들은 지금은 사라진 쌍방울선수단 출신. 이연수 성균관대 감독과 노춘석 청원고 코치가 발기인 대표를 맡았다. 이들은 내년 초부터 김 전 감독을 후원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김성근회’를 만들 예정.
쌍방울에서 시작된 불길은 타 구단으로도 번져 나갔다. OB 시절 선수였던 신경식 김형석 구천서도 왔고 태평양의 삼두마차인 정명원 최창호 박정현, 삼성 양준혁도 모습을 보였다. 공익근무 중인 서용빈 부부와 LG의 현역 코치인 양상문 노찬엽, 김연중 운영부장 등 프런트 직원까지 온 것도 눈길.
“잘리고 나서 한동안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야구가 싫어지기도 했다”는 김 전 감독은 “이제 다시 야구를 향한 열정이 살아나는 것 같다. 내 나이 회갑이지만 제2의 야구인생을 펼쳐 보이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