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의 황새
가장 먼저 지어진 이름 사용 … 국제적으론 ‘학명’으로 통일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내 님을 그리자와 우니다니 산 접동새와 난 이슷하요이다.’(고려시대 정서의 ‘정과정곡’)
학창시절에 줄줄 외기도 한 문학 속의 이들 ‘소쩍새’와 ‘접동새’는 귀에 익숙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생긴 새인지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소쩍새와 접동새, 검은댕기해오라기와 물까마귀, 황로와 누른물까마귀, 개개비와 갈새, 흰뺨검둥오리와 터오리는 어떻게 다를까.
사실 이것들은 같은 새를 남한과 북한이 서로 달리 부르는 이름이다. 이처럼 새는 지역에 따라 이름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지역에서 부르는 새 이름을 ‘지방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방명만으로는 생물을 연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국제적으로 통일해 붙인 이름이 ‘학명’이다. 북한에선 접동새, 남한에선 소쩍새라고 부르는 이 새의 학명은 ‘오투스 스코프스(Otus scops)’. 영어 이름은 ‘Oriental Scops Owl’이다. 학명은 국제동물명명규약에 따르되 가장 먼저 지어진 이름을 사용하도록 하는 ‘선취권’이 허용돼 있다.
우리나라의 새 이름은 어떻게 지어진 것들일까. 현재 한국산 야생조류로 기록된 것은 약 450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 새 이름이 지어진 근거는 다양하다.
첫째, 올빼미·메추라기·갈매기처럼 조상 때부터 불려지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경우가 있다.
둘째, 넓적부리·장다리물떼새·뒷부리도요 등 새의 모습이나 특징에 따라 붙여진 경우로 우리나라의 새 450종 가운데 65%인 280여종이 이렇게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셋째, 꿩·휘파람새·괭이갈매기·뻐꾸기·뜸부기 등은 이들 새의 울음소리를 근거로 붙여진 이름이다. 꿩은 ‘꿩꿩’ 하고 울기 때문에 꿩이다. 뻐꾸기가 ‘뻐꾹뻐꾹’ 울고, 뜸부기가 ‘뜸북뜸북’ 운다는 것은 어린 아이들도 아는 일이다. 넷째, 물수리·바다비오리·섬개개비 등은 이들 새가 사는 서식지를 근거로 해서 붙여진 경우다.
다섯째, 벌매·개미잡이·저어새 등은 식성이나 먹이 잡는 행동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저어새는 먹이를 찾을 때 주걱 같은 부리를 물속에 넣어 마구 저어댄다고 해서 저어새라고 붙여졌다.
여섯째, 제비갈매기처럼 기존 새와 유사한 특징을 가진 경우 기존 새의 이름을 앞에 붙여 부르는 경우도 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우리 속담에 나오는 뱁새는 현재 공식적으로는 붉은머리오목눈이로 불리는데 일각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뱁새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