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열린 대선후보 TV 합동토론회에서 오프닝 멘트를 하고 있는 염재호 교수
‘잘생겼다. 진행도 깔끔했다.’ 16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TV 합동토론회의 사회자 고려대 염재호 교수(47·행정학)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염교수는 토론회가 끝난 뒤 각 후보 진영과 일반 시청자들로부터 비교적 후한 점수를 받았다. 방송 관계자들도 경직되지 않은 표정과 깔끔한 말투로 전문 진행자 뺨치는 솜씨를 보여줬다고 입을 모았다.
염교수는 “제자들과 가족들도 잘했다고 하더라”면서 “후보들이 세련되게 잘 임해줘 토론회 점수를 매긴다면 80점 이상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염교수는 대선방송토론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추천한 사회자 후보 50명 중 어느 정당에서도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아 이번 토론회의 사회자로 선정됐다.
위원회는 처음에 TV토론의 사회자로 30명의 후보를 추천했다. 하지만 모든 정당이 기피하지 않는 후보가 없어 추가로 20명을 추천하는 등 막판까지 사회자 선정을 놓고 신경전이 계속됐다. 두 번째 추천에서 염교수는 어느 정당에서도 반대하지 않아 결국 최종 사회자로 뽑혔다.
위원회는 염교수가 11월 한국정책학회가 주최한 ‘2002년 대통령선거 정책분야별 공약토론회’에 참가, 공정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토론을 이끈 점을 높이 샀다는 후문이다. 당시 염교수는 참관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거릴 정도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태도를 견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국정책학회 핵심 멤버로 각 정당의 공약과 정책을 꿰뚫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고 한다.
# 50대 1 경쟁 끝에 선정 … “비리 얘기 나왔을 때 긴장”
염교수는 11월29일부터 담당 PD로부터 집중 트레이닝을 받았다. 기본적인 마이크 사용법에서부터 원활한 토론 진행을 위한 어법과 기법 등을 배운 것. 담당 PD는 “정치인들은 방송토론에 나와서 5초라도 손해를 보면 난리 법석을 떤다”며 ‘시간엄수’를 특히 강조했다고 한다.
리허설 장면을 찍은 비디오 테이프를 보면서 연습했고, 목소리가 잘 가라앉는 편이어서 아나운서처럼 톤을 조금 높이는 훈련도 했다. 대화중에 입술에 침을 바르는 습관이 있어 토론회 때는 립 글로스를 바르고 카메라 앞에 섰다.
그는 토론 방식이 다소 경직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방송토론처럼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발언 시간과 기회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생기지 않겠느냐”면서 “후보들이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고 발언했는지 행간을 통해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했다.
가장 긴장됐던 순간에 대해선 “후보의 개인 비리 의혹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토론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 몰라 긴장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대선 과정은 지도자를 뽑는 선거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토론의 장이기도 하다”면서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정치와 사회 문제에 대한 해법을 스스로 생각해보고 또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염교수는 고려대 행정학과와 동대학원(석사)을 졸업했고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계간 ‘사회비평’ 편집위원과 한국경제인연합회 자문위원을 지냈고, 고려대 정부학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염교수는 12월12일 열리는 군소후보 토론회와 16일 대선후보 토론회의 사회도 맡는다.
송홍근 주간동아 기자 carr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