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사이언스/정창훈 이정모 지음/231쪽 1만2000원 휘슬러
“기말고사가 끝난 후 조선국에서 오신 사명대사님의 ‘축지법 특강’이 있을 예정이니 관심 있는 학생들은 이번주 토요일까지 맥고나걸 교수에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호그와트 마법학교 교장 알버스 덤블도어, 국제 마법사연맹 최고위원장
최신의 ‘마법 빗자루’도 시속 250㎞ 남짓한 속도를 낼 뿐이므로 인간들이 발명한 비행기의 속도에는 한참 뒤진다.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한 장면./동아일보 자료사진
‘해리포터’의 마법사들이 사명대사의 축지법을 배운다? 상상이지만 어깨가 으쓱해진다. 유럽 마법사들의 세계에도 축지법과 비슷한 ‘순간이동술’이 있다. 꿈같은 공상일 뿐일까? 과학자들은 4차원 통로 ‘웜홀(Wormhole)’을 통해 먼 거리를 건너뛰는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웜홀이 이론뿐의 막연한 얘기라면, 그냥 ‘빨리 날아다니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자. 서울의 대형 할인점에도 마법 빗자루인 ‘님부스’가 잔뜩 쌓여 있으니 말이다.
할인점의 님부스는 소리와 진동으로 날아다니는 기분을 전해줄 뿐이지만, 현실의 세계에도 전설 속의 ‘마법 빗자루’ 역할을 해주는 물건이 있다. 영화 ‘솔드 아웃’에서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타고 날아다녔던 ‘로켓 벨트’다. 등에 짊어진 장치에서 가스를 분출해 사람을 날아다니게 한다. 30초 이상 날 수 없는 것이 흠이지만….
찬방에서 아기의 우유값을 걱정하던 작가 조앤 K 롤링은 오직 상상력의 힘에 의해 영화와 책을 넘나드는 마법의 제국을 쌓아올렸다. 이 제국에는 반쯤 올라가면 사라져버리는 계단이 있고, 사람을 사라져버리게 하는 투명 망토가 있고, 황금과 영생불사약을 만드는 마법사들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모든 마법이 단지 호그와트(마법사)들만의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 머글(보통사람)도 호그와트들에 못지않은 마법의 꿈을 나누어왔고, 그중 일부는 과학의 힘을 입어 현실의 세계에 가져다놓았다. TV며 전화, 카메라, 엘리베이터가 옛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 것인가. ‘꿈꾸는 것, 그것이 바로 마법을 만든다’. 굉장한 일 아닌가!
한번 ‘황금 만들기’ 즉 연금술에 대해 생각해보자. 백금의 원자핵에 중성자를 충돌시키면 금이 만들어진다. 구리와 주석의 원자핵을 융합시켜도 금은 만들어진다. 입자가속기의 강한 에너지로 실현 가능해진 마법이다. 그러나 이 마법을 현실에 이용하는 바보 머글은 없다. 왜? 그렇게 만든 금이 광산에서 캐낸 금보다 훨씬 비싸니까.
소설 속의 플라멜이 ‘지혜의 돌’로 만들려고 하는 불로불사약은 어떨까? 오늘날의 머글 과학자들이 이미 그 신비에 도전하고 있다. 생명체의 세포 속에 들어 있는 ‘수명(壽命)시계’ 텔로미어의 길이를 조절하면 세포의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 어떻게 그 길이를 조절할까, 그것이 문제로다.
머글들이 호그와트보다 우월한 분야도 많다. 호그와트들이 편지를 보내는 데 사용하는 부엉이가 한 예다. 생태학적으로 볼 때, 부엉이는 빠르기는 하지만 지구력이 약한 ‘단거리 선수’ 다. 편지를 가지고 먼 거리를 나는 데는 머글들이 사용하는 비둘기가 훨씬 낫다. 하물며 호그와트들은 e메일 같은 ‘마법’도 부릴 줄 모르는 데야.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