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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된 사람’ 구대성

입력 | 2002-12-13 17:45:00


비록 나이 어린 선수지만 ‘정말 그릇이 큰 친구’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김기태의 리더십, 최태원의 성실성이 그렇고 정수근 홍성흔 듀엣의 재기 발랄함도 부럽기 짝이 없다.

또 한 사람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구대성이다. 그는 한 때 기자에 대해 큰 오해를 한 적이 있다. 2년전 시드니올림픽, 당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야구 드림팀 카지노 출입 사건 때였다. 이미 며칠 전부터 선수들의 카지노 출입 사실을 알았던 기자는 일부 선수에게 숙소로 돌아갈 것을 권유하기도 했지만 부끄럽게도 기사가 터지기 바로 전날 구대성과 한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더욱이 카지노측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투수가 왔다는 기자의 말에 VIP만 입장할 수 있는 2층으로까지 올라가게 해준 터였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기자는 기사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선수와의 신뢰도 중요했지만 사태가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결국 예선 성적조차 시원찮았던 드림팀은 벌집이 됐고 선수들에겐 외출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구대성은 가장 큰 정신적 피해자였다. 당시 그는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제대로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던 상태에서 카지노 사건의 주동자로 몰렸다.

하지만 구대성은 최고의 승부사였다. 그는 최악의 구렁텅이에 떨어진 순간 정면돌파를 감행했다. 전력투구를 하면 허리가 시큰거릴 정도였으나 등판을 자청했고 결국 숙적 일본과의 3,4위전에서 완투승을 올리며 자신과 팀에 쏟아졌던 온갖 비난을 잠재웠다.

한국이 동메달을 딴 바로 그날 밤 ‘도끼눈’을 한 구대성을 다시 만났다. 그의 눈이 그렇게 무서워보였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구대성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악수를 청했다. 그러고 얼마후 구대성은 일본으로 건너갔고 그의 근황은 현해탄을 넘어 간간히 들려온다.

그런 구대성이 또 한번 기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병상에 누워있는 전 롯데포수 임수혁을 위해 거금 2000만원을 선뜻 내놓은 것. 그는 “임수혁 돕기 경매에 글러브나 사인공을 내놓는 것도 좋지만 나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버는 선수들은 수혁이가 실제 생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는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