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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난방온도 낮추고 사랑온도 높이자

입력 | 2002-12-13 18:17:00


패스트푸드점 종업원들은 반소매 차림으로 일하고 있다. 백화점에 가면 더워서 코트를 벗어야 한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 공공장소의 실내온도가 22.2도, 서울의 6월 평균 기온을 뛰어넘는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23위지만 석유소비량은 4위에 육박할 정도다. 지난 여름 수마(水魔)에 할퀸 적잖은 수재민들이 아직도 컨테이너에서 찬 겨울을 보내고 있는데 다른 쪽에선 한여름 같은 과잉 난방으로 에너지를 낭비한다니 이 나라가 같은 나라인가 싶다.

이 겨울이 더 추운 사람은 수재민만이 아니다. 사회복지시설에도 찬 기운이 감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기부행위 제한규정 등의 영향으로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뜸해진 탓이다. 모두들 대선에 관심을 쏟는 사이, 결식 아동들과 저소득 장애인, 실직 노숙인들은여느 때보다 쌀쌀한 칼바람에 떨고 있다.

소외계층을 향한 정성을 보여주는 ‘사랑의 체감온도탑’은 13일 오후6시 현재 겨우 4도에 머물러 있다. 신문 방송사 이웃돕기 성금, 고속도로 톨게이트 모금, 사랑의 열매 판매금 등을 모두 합쳐 올해 목표액 677억원을 채워야 100도가 된다. 그나마 대선을 의식해서 필요한 성금액보다 낮춰 잡은 액수다. 우리 몸의 온기와 같은 36.5도라도 되려면 아직 멀었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난방온도를 1도만 낮춰도 국가적으로 연간 4600억원을 아낄 수 있다. 여기에 작은 정성을 보태어 사랑의 수은주 눈금을 올려놓는다면 그들은 한결 따뜻한 연말연시를 보낼 수 있다.

이웃돕기는 단순한 적선이 아니다. 사회로부터 받은 이익과 감사를 공동체에 환원하는 인간의 도리이기도 하다. 받는 이의 기쁨은 모두의 행복으로 돌아온다. 선한 행동을 하면 뇌가 즐거워한다고 과학자들도 증명하지 않았던가. 월드컵으로 하나임을 뜨겁게 확인했던 우리, 이제 사랑의 온도를 높여 다함께 사는 살맛 나는 나라를 일구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