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산업연수생이나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보건안전 교육과 검진 등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강도 높은 작업에 내몰리면서 건강을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작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고용주나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당국으로부터 받을 불이익을 우려, 신속한 대응과 산재처리 등을 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남 창원의 경남외국인 노동자 상담소(소장 이철승)는 13일 “경남지역 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137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4.9%가 산업안전 보건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에 정해진 대로 월 2시간씩 보건안전 교육을 받은 사람은 7.6%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작업중 사고를 당했거나, 사고를 당하는 동료를 본 적이 있다는 외국인 노동자가 50.4%나 됐다.
응답자의 75.2%는 기본적인 건강검진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답했고, 85.4%는 한국에서 생활하며 질병이나 산업재해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현재 일하는 회사의 소음과 먼지, 악취 등 유해환경의 정도에 대해서는 전체의 24.6%가 ‘매우 심각하다’고 답했고 38.5%는 ‘약간 심각하다’고 말해 60% 이상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자의 75.9%는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 까지 일하고 있었고 10시간 이하는 24.1%에 불과했다.
상담소측은 “우리나라에 들어온지 1주일만에 손가락을 잘리거나 작업중 손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고도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도 있었다”며 “고용주의 의식전환과 함께 정부 차원의 보건안전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상담소측은 “전국적으로 40만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산업연수생 제도를 폐지하고 ‘노동 허가제’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