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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盧 ‘양자토론’ 사실상 무산

입력 | 2002-12-13 18:31:00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간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양자 TV토론이 사실상 무산됐다.

양당 실무진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만나 1시간반 동안 TV토론 명칭과 시간, 진행 방식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다음 협의 일정도 잡지 못한 채 헤어졌다.

한나라당은 토론회 제목에 대해 “민주당의 ‘행정 수도 이전’ 공약은 말이 행정수도이지 사실상 천도를 하자는 것인 만큼, 토론회 제목을 ‘수도 서울 이전 가능한가’라고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우리가 언제 ‘수도 서울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느냐”며 “그런 제목은 사안 자체를 왜곡해 민심을 현혹시키겠다는 의도 아니냐”고 반박했다.

양당은 토론회 시간과 사회자 선정 문제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선 합의점을 찾았으나 근본적인 인식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한나라당측이 먼저 자리를 뜨면서 협상은 끝났다.

한나라당 양휘부(梁輝夫) 후보 공보특보는 “민주당측은 당초 토론회 개최 취지와 달리 ‘수도 서울 이전’ 문제 이외의 정치·행정, 외교·안보, 경제 분야도 주제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했다”며 “이는 당 차원의 협의가 필요한 문제여서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홍승태(洪勝太) 미디어기획단장은 “우리는 협상 말미에 ‘종합토론회 요구’를 철회했고 토론 시간, 사회자 문제 등도 양보하겠다고 밝혔다”며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행정수도 이전’을 ‘수도 서울 이전’으로 왜곡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협상 결렬 직후 민주당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한나라당은 “재협상을 해도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