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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태미 오버비/´무조건 反美´ 한국에 무얼 남길까

입력 | 2002-12-13 18:39:00


최근 한국에서 반미(反美)주의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사실 필자는 지난 14년 동안 서울을 거주지로 선택한 미국인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이 문제에 대해 특별히 발언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서로 한발씩 물러나 되돌아보자▼

한국에서 반미주의를 부추긴 사건은 6월 13일 미군의 훈련 중에 일어난 두 여중생의 안타까운 죽음과 이에 따른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불균형성에 대한 지적들이다. 사실 반미주의는 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일본과 독일도 국력이 신장됨에 따라 자국에 주둔해 있는 미군과 관련해 반미주의를 보여왔다. 물론 이들 국가의 공무원들은 ‘양키 고 홈’을 외치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국민적 합의를 거친 주장이 아니라고 한다.

미국인이 겪는 공포증은 종종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외국인 입장에서 말하자면, 한국의 택시나 버스에 붙어 있는 ‘바이 코리아(Buy Korea)’ 스티커는 언뜻 보면 민족주의 캠페인을 나타낸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는 금융 서비스 제품의 이름일 뿐이다. 이런 오해는 종종 다른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필자는 한국인과 미국인 모두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양국 관계를 되돌아보고 그 관계의 깊이에 대해 이해했으면 한다. 미국인 3만3731명이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 미국은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으로 발전하는 동안 한국 제품들에 대해 시장을 개방해 왔다. 수많은 한국인이 미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았다. 한국에서의 생활 중 한국과 미국 사이의 특별한 관계가 느껴지지 않는 부분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의 경제와 국가 이미지가 발전하면서 시민들이 정부에 의문을 던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같은 대화 중에는 무역마찰, SOFA, 그 밖의 국가 이익과 주권에 관련된 이슈들이 포함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쌍방향 관계에서는 항상 민감한 이슈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양 국가가 윈-윈(win-win) 하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문제 해결의 핵심은 SOFA와 관련된 양국 정부의 솔직하고도 진지한 대화라고 본다.

하지만 한국이 반미로 선회하고 있다는 외부 세계의 인식은 생각지도 못한 심각한 상처를 한국과 한국인에게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미국의 대다수 언론은 ‘양키 고 홈’ 플래카드를 든 시위대가 성조기를 태우는 장면을 보도하고 있다. 심지어 과격한 학생들이 화염병을 던지는 장면도 내보내고 있다. 이는 미국 내에 일종의 반한(反韓) 감정을 낳을 수 있다. 미국의 공무원들은 주한미군이 얻는 것과 잃는 것에 대한 손익계산을 시작할 수 있다. 첨단군사무기 기술 덕에 굳이 군대를 배치할 필요성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 아닌가. 한국에 사는 대부분의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50년간 한국에 평화가 유지된 배경 중의 하나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꼽고 있으며,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한다.

▼안보-경제 得失 냉철히 살펴야▼

최악의 경우는 미 워싱턴에서 한국에 대한 평판이 악화되어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것이다. 이 경우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한국의 반미감정 때문에 한국에 더 이상의 투자를 하는 것은 불안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국경제에 더욱 치명적인 경우는 한국에 투자하려던 투자자들이 한국의 반미 보도를 보고 투자를 미루거나 취소하는 것이다. 극소수지만 한국 기업에 대한 반감을 가진 사람들은 한국 상품 불매운동을 벌일 수도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결과적으로 두 나라 경제에 득 되는 것 없이 김정일한테만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국의 반미 목소리가 더 이상 주체할 수 없이 커지는 것을 막는 것과, 두 나라 정부가 이 사건을 분별력 있게 다루는 것이다. 두 나라가 서로의 믿음과 친선으로 힘을 합쳐야만 과거와 같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태미 오버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수석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