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수조 속에 보관돼 있는 폐연료봉을 살펴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북한이 13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측에 모든 핵시설의 봉인과 감시카메라 제거를 요청하고 나선 것은 일단 12일의 핵 동결 해제선언이 단순히 ‘말’뿐이 아님을 국제사회, 특히 미국에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왜 IAEA에 요청했나〓정부 당국자는 13일 “북한이 핵문제와 관련해 잇따라 강도 높은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IAEA측에 먼저 요청을 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1993, 94년 핵위기 때처럼 강경한 태도만을 고집했다면 이 같은 절차를 생략한 채 스스로 감시카메라 렌즈를 가리고 각종 봉인을 뜯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북한이 IAEA라는 국제기구를 통해 후속조치를 밟아나가되 아직은 ‘파국(破局)’까지 갈 생각은 없다는 점을 보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북한의 이 같은 조치는 두 가지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첫째, 북한은 미국에 중유제공 중단 책임을 떠넘기면서 협상이 필요하다는 압박을 구사하는 효과를 거두려 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IAEA라는 중간 단계를 설정함으로써 혹시라도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상황을 피하는 ‘시간 벌기’ 효과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IAEA를 통해 탈법이나 불법이 아닌, 나름대로의 ‘준법 투쟁’을 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1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전력 생산을 위한 핵시설 가동’을 강조한 것도 자신들의 투쟁이, 이를테면 ‘조폭형’이 아니라 ‘생계형’임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외무성 대변인 담화가 나온 12일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당초 12월분 대북중유제공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집행이사회를 열려고 했던 날이라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IAEA는 평북 영변 5㎿급 원자로에서 꺼낸 폐연료봉 8000여개와 5㎿ 발전소 자체의 핵심시설을 봉인해둔 상태다. 감시카메라는 5㎿급 원자로와 폐연료봉을 넣은 수조,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 등에 설치되어 있다.
문제는 IAEA측이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북한이 폐연료봉 8000여개가 보관된 수조의 감시카메라와 봉인을 제거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폐연료봉 재활용은 곧바로 핵무기 재료로 사용되는 플루토늄 추출작업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이는 미국과의 극단적인 대결로 가느냐를 가늠하는 분기점이 된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현재 한미 양국은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이 같은 조치를 취한다면 한미일 3국은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다리는 현재의 자세와는 달리 강제적이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때 현재 즉각 가동이 가능한 영변의 5㎿ 발전소를 가동한다고 해도 폐연료봉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대략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폐연료봉 시설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적어도 최악의 사태만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현안에 대한 북-미 입장차이미국주요현안북한핵동결 해제조치 철회 등 북한의 제네바합의 준수 촉구모든 핵시설 봉인 파기 및감시카메라 철수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동의하지 않고, 미국이 협상에 나오지 않을 경우 강행북한이 분명히 시인우라늄 핵개발시인 여부켈리 특사의 자의적인 표현북한의 선 핵폐기시 재개 검토중유 제공 문제미국의 제네바합의 위반북한 우라늄 핵개발로 훼손제네바기본합의 파기여부미국에 의해 사실상 파기상태평화적 해결,가시적이고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핵폐기핵문제 해결방안평화적 해결 및 협상 필요,동시적 해결, 북-미불가침 체결북한을 침공할 의도 없다대북 공격여부미국이 우리를 ‘악의 축’,핵선제공격 대상으로 지정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