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韓美日) 3국의 ‘북핵 해법’이 날이 갈수록 꼬여만 가고 있다. 북한의 ‘선(先) 핵폐기’가 없는 한 어떤 대화나 협상도 없다고 못박아 놓고 있는 데다 북한은 핵동결 해제선언에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거부 등 반발과 도전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 대응 ▼
우리 정부는 북한이 가시적이고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핵개발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되풀이했다.
다만 북한 핵문제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점에서 한미일 3국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 등을 통해 보조를 맞춘다는 계획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미일 3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와 협의를 강화하는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현재로서 취할 수 있는 조치”라며 “북한이 핵동결 해제로 들어가지 않도록 외교적 압력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 북한이 구체적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미 제네바합의가 파기된 것으로 보기 힘든 만큼 어떻게 해서든지 북한을 제네바합의 틀안에 묶어두는 노력을 해나간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미가 평행선을 달려 핵위기가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향후 태도 및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대북 경제협력 사업도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미국 대응▼
미국은 12일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원칙을 밝히고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음을 재천명했다. 이에 따라 일단은 군사적 대응 대신 국제공조를 통한 외교·경제적 압력을 가중,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벌이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우선은 IAEA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를 내세우는 한편 한국 일본 중국 등을 통해 북한에 핵합의 준수를 촉구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기 위해선 낡은 시설을 수리, 정비해야 하기 때문에 몇 달 정도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이 사이 미국은 이라크 전쟁을 끝낼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평화적 해결 노력이 끝내 성과를 거두지 못해 긴장이 고조될 경우 미국은 최후의 수단으로 군사작전을 고려할 수도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일본 대응▼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3일 오전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을 불러 미국과 한국 등 관련 국가와 협력해 대응하도록 지시했다.
가와구치 외상은 이와 관련,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일 안전보장협의회에서 북한의 핵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는 한편 한국 중국 러시아와 연대해 북한에 핵시설 재가동 철회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와구치 외상은 또 “북한측 의도를 분석한 후 대사관을 통해 항의하는 등 대응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수교교섭은 계속할 뜻을 밝혔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