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준상 초단과의 대국에서 초췌한 표정으로 수읽기를 하고 있는 조훈현 9단. 사진제공 한국기원
11일간 6번의 대국. 그것도 모두 결승전 아니면 도전자 결정전 등 비중있는 바둑을 이틀에 한번꼴로 둔다는 건 건장한 20대 기사라도 버거운 일이다.
하지만 50대를 바라보는 조훈현 9단(49)은 2∼12일 박영훈 송태곤 3단, 조한승 5단, 윤준상 초단 등 요즘 한창 ‘뜨는’ 신예기사와 번갈아가며 대국을 가졌다. 결과는 2승 4패. 조 9단이 체면을 구긴 셈이다.
평소 잘나가던 신예들을 결정적 고비에서 종종 꺾어 ‘호랑이 선생님’ ‘숙련된 조교’로 불리던 조 9단으로선 참패라고 할 수 있을 정도.
조 9단은 최근 조한승 5단(21)에게 2연패를 당해 국수전 도전권을 빼앗겼다. 또 천원전 결승에선 송태곤 2단(16)에게 대마를 잡히는 수모 끝에 한때 1승2패로 막판에 몰렸다가 4국을 이겨 가까스로 동률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기성전 도전자결정전에서 신예중에서도 가장 나이 어린 윤준상 초단(15)에게 1패를 안았다.
이에 대해 바둑계에선 신예들의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데다 신예들이 조9단의 기풍과 스타일을 속속 파악해 충분한 대책을 세웠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최근 신예들은 초반 실리를 챙긴 뒤 조 9단의 공격을 사이드 스텝으로 벗어나다가 초조해진 조 9단의 무리수를 응징하는 방식으로 승점을 따내고 있다. 형세가 불리해지면 판을 어지럽혀 상대의 실책을 유도하는 조 9단의 ‘흔들기’에 신예들이 말려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조 9단이 ‘한물 갔다’는 진단은 성급하다. 그는 올해 57승으로 최다승 부문 1위다. 최근의 부진은 감기몸살과 빡빡한 대국일정 때문일 뿐 ‘실력의 퇴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 9단은 최근 몸이 좋지 않자 상대방과 합의아래 점심을 먹지 않고 바둑을 계속 둬 일찍 끝내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조 9단의 팬들은 “조 9단의 대국 일정을 왜 그렇게 빡빡하게 잡느냐”며 한국기원에 눈총을 주고 있다. 한국기원의 관계자는 “조 9단이 이달 중순 이후 가족 여행 등을 이유로대국일정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해왔다”고 해명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