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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해커 공격에 날아간 '누드 대박'

입력 | 2002-12-15 17:35:00


‘해커들의 공격을 막아낼 방법 어디 좀 없나….’

최근 탤런트 성현아씨의 누드 화보집 파일이 해킹돼 인터넷상에 무차별 유포되면서 콘텐츠 제작업계와 보안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영화나 성인 방송 등 인터넷 콘텐츠의 보안장치가 풀려 인터넷상에서 불법으로 공유되는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홍보 등의 목적으로 아예 무료 배포하거나 유료 콘텐츠도 보안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피해 당사자가 인지도 높은 여성 탤런트인데다 100여명의 해커가 동시에 공격을 시도한 사건이어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보안제품을 공급한 보안업체들끼리 책임공방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 사건으로 관계 회사가 본 피해는 수십억원원대로 추산된다. 시리즈 당 2000원씩 모두 5개로 이뤄진 화보집은 ‘아직 공짜로 못 본 네티즌이 바보’라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

화보집 배포를 맡은 오조숍은 해커스랩이 제공한 방화벽(firewall)과 아르파가 설치한 웹 문서 보안 솔루션 두 가지를 보안시스템으로 채택했다.

방화벽은 서버에 대한 접근을 막고 아르파 제품은 인터넷상에서 그림을 복사하지 못하도록 방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작품이 공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해커들에게 이 장벽은 ‘종이로 만든 빗장’이었다. 회사가 침입 흔적을 남긴 20여명의 해커를 검찰에 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밝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보안 전문가들은 “아무리 철통같은 보안 시스템을 적용해도 해커들의 공격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서버에 저장된 그림 원본을 보호하지 않은 것도 해커들의 접근을 도왔다는 분석이다. 핵심 인물은 무방비 상태로 벌거벗겨 놓은 채 그가 숨어있는 성벽의 외부에만 병사들을 배치해 놓은 식이었다는 것.

마크애니나 파수닷컴 등 디지털저작권관리DRM(Digital Rights Management) 업체들은 재발을 막기 위해 원본 콘텐츠 자체를 암호화시키는 DRM 기술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접근이 허용된 사용자에게만 실시간으로 암호를 풀어내 다른 사람의 콘텐츠 사용을 막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DRM의 암호를 풀어내는 것 또한 해커들의 도전 대상. ‘창’과 ‘방패’의 끊임없는 싸움 속에서 콘텐츠 제작업체들의 불안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