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월드컵에서 강한 체력과 폭발적인 스피드로 세계축구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차두리. 아버지 차범근의 대를 이어 세계올스타팀에 뽑힘으로써 부자가 나란히 올스타전에 출전하게 되는 경사를 맞았다.동아일보 자료사진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차두리(22·독일 아르미니아 빌레펠트)가 세계올스타축구팀 미드필더로 뛴다. 스페인 명문팀 레알 마드리드 창단 100주년을 맞아 18일(한국시간) 마드리드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세계올스타-레알 마드리드 친선경기가 그 무대다.
세계올스타팀 감독을 맡은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전 브라질 국가대표팀감독은 14일 차두리를 포함한 선발엔트리 25명을 최종 확정 발표했다. 이로써 차두리는 아버지 차범근(48)씨와 함께 ‘부자 국가대표’, ‘부자 분데스리가 진출’에 이어 ‘부자 세계 올스타’라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아버지 차씨는 80년 서독 프로모터 협회가 선정한 ‘세계 베스트 11’에 선정돼 그해 세계 올스타전에 출전했었다.
차씨에 이어 그 동안 박창선 김주성 홍명보 유상철 등 톱클래스 선수들이 세계올스타로 출전했으며 차두리는 국내선수 가운데 8번째.
대를 이어 세계올스타전에 출전하게 된 차두리(왼쪽)와 아버지 차범근씨. 사진은 올 7월 분데스리가 진출을 위해 독일로 떠니기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환송객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동아일보 자료사진
차두리는 1m83, 75㎏의 탄탄한 체격에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빠른 발까지 갖춘 한국축구의 차세대 희망. 전문가들은 “전성기 때의 차범근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올 한일월드컵 때 한국대표팀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두리를 몇 년만 일찍 발견했어도 세계적인 선수로 키울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었다.
당초 이번 세계올스타에는 송종국(23·네덜란드 페예노르트)이 나가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송종국이 네덜란드 프로리그 경기에서 왼쪽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차두리에게 기회가 온 것. 차두리와 함께 미드필더로 선발된 스타들은 나카타(일본) 발라크(독일) 등으로 모두 쟁쟁한 세계의 별 들이다.
대를 이은 영광의 주인공이 된 차두리는 “이 대회에서 한국축구 차세대 스타로서의 끼를 한껏 발휘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아버지 때문에 축구를 시작했고 아버지처럼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분명한 것은 아버지와 나는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차두리에게 이번 대회 출전은 독일 분데스리가를 호령했던 아버지의 벽을 넘어설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그만큼 차두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세계 올스타 누가 뽑혔나
14일 발표된 세계올스타팀 명단엔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눈에 띈다.
한일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일궈냈던 독일에선 최고의 골키퍼에게 주는 ‘야신상’을 받았던 올리버 칸을 비롯해 ‘고공 폭격기’ 미로슬라프 클로제, 최고의 미드필더 미하엘 발라크 등 주축선수들이 모두 출전한다.
‘왼발의 달인’ 히바우두(브라질)와 이탈리아의 ‘총알’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도 모습을 드러내며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이끌었던 파올로 말디니, 빅상테 리자라쥐(프랑스)는 수비진에 나란히 포진했다. 동양선수로는 차두리(한국)외에 나카타 히데도시(일본)가 출격한다.
한편 한일월드컵 최우수선수(MVP)인 호나우두(브라질), 마이클 오언과 데이비드 베컴(이상 잉글랜드), 티에리 앙리(프랑스)와 크리스티안 비에리(이탈리아) 등은 부상 등을 이유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다음은 세계올스타 대표팀 25명의 명단.
▽공격수〓히바우두(브라질) 페르난도 토레스(스페인) 로이 매카이(네덜란드) 요하킨(스페인)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 페드자미야토비치(유고)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이탈리아) 사뮈엘 에토오(카메룬)
▽미드필더〓차두리(한국) 나카타(일본) 루벤 바라하(스페인) 미하엘 발라크(독일) 카카(브라질) 파블로 아이마르(아르헨티나) 마르크 빌모츠(벨기에) 안드레스 드알레산드로(아르헨티나) 무라트 야킨(스위스)
▽수비수〓빅상테 리자라쥐(프랑스) 알레산드로 네스타, 파올로말디니(이상 이탈리아) 크리스티앵 치부(루마니아) 하템 트라벨시(튀니지) 누레딘 나이베트(모로코)
▽골키퍼〓올리버 칸(독일) 파블로 카바예로(아르헨티나)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