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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먼데이]보건소주부 비만교실 참가 나영재씨

입력 | 2002-12-15 17:50:00

주부 나영재씨(앞)가 13일 오전 서울 강서구 염창동 강서구보건소의 주부비만교실에서 재즈댄스를 배우고 있다. 원대연기자


“하나 둘…자, 허리를 쭉 펴시고. 셋 넷.”

13일 오전 11시반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있는 강서구보건소 교육실. 중년 주부 40여명이 경쾌한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몸놀림은 약간 둔하지만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주부들에겐 20대 못지않은 생기가 있어 보였다.

“수백만원을 들여 살 뺀다고요? 우린 공짜로 빼요.”

강서구 등촌동에 사는 주부 나영재(羅永才·53)씨는 11월부터 보건소가 운영하는 주부 비만교실에 참가하고 있다.

처녀 때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듯 날씬했던 나씨는 결혼한 뒤 아이를 낳으면서 살이 붙기 시작했다. 폐경 이후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뒤로는 더욱 펑퍼짐해졌다. 식사량을 줄이고 수영이다 에어로빅이다 살 빼기에 좋다는 것은 다 해봤지만 번번이 실패였다.

‘아줌마가 살을 뺀다고 전처럼 예쁜 옷이 어울리기나 하겠어?’하는 생각에 한동안 포기하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숨이 차고 무릎이 아파 와 이제 살 빼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우연히 구 보건소에서 ‘구민 체중 줄이기 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서둘러 주부 비만교실에 등록했다.

전문 운동처방사의 처방을 받아 운동 프로그램을 정하고 영양상담을 통해 잘못된 식습관을 교정했다. 일주일에 한 번 이대목동병원 비만클리닉 교수들의 강의를 듣고 재즈댄스도 배운다. 비슷한 나이의 주부들끼리 같이 하니 경쟁도 되고 친구도 사귈 수 있어 좋다.

매일 가양동 강서구민 올림픽체육관 헬스클럽도 다닌다. 보건소에서 비용의 절반을 지원하기 때문에 월 1만4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다시 ‘살과의 전쟁’에 나선 지 한 달만에 나씨는 ‘운동의 즐거움’을 터득했다. 외출로 운동을 못한 날엔 좋아하는 드라마의 유혹도 뿌리치고 헬스클럽으로 향한다.

나씨는 “아직 체중에 큰 변화가 없지만 예전에는 앉으면 배에 잡히던 묵직한 ‘삼겹살’이 지금은 두 겹 정도로 준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구민 53만명이 300t 빼기’라는 목표를 내걸고 10월부터 시작한 강서구의 살 빼기 사업에 대한 구민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2300여명이 등록해 비만도 측정을 받았고 보건소의 지원으로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주민도 500여명이나 된다. 운동시설 이용료를 제외한 모든 과정이 무료다.

나씨는 “집안 살림을 하는 알뜰 주부로서는 돈이 안 드니까 운동효과가 더 크게 느껴진다”며 “내년 3월까지 5㎏ 이상 뺄 것”이라고 다짐했다.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