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터테인먼트업계는 자금 부족으로 인해 추운 겨울을 더 썰렁하게 보내고 있다.
음반업계는 마치 1997년 외환위기 때를 방불케한다. ‘히트쳤다’는 음반이 겨우 10만장 판매를 자랑하고 있고 최근 잘 나간다는 이기찬 ‘브라운 아이스’ ‘부활’의 음반도 아직 30만장을 못 넘기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H.O.T.’나 ‘god’, 조성모같은 슈퍼스타들이 100만장∼20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는데 이제 밀리언 셀러는 꿈에서나 가능한 일로 음반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일단 전반적인 경기 불안으로 구매력이 떨어진데다 MP3의 확산으로 음반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줄었으며 가요계 비리 수사로 PD와 음반사 대표 등이 구속되면서 업계가 위축된 것이 그 불황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가요계의 체감 온도는 영하권이다. 음반사의 자금력이 바닥나자 음반 제작자들은 일명 ‘마이킹’이라고 부르는 선불 인세를 받지 못하고 이로인해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못하니 음반이 더 나가지 않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 때 초호황을 누렸던 뮤직비디오 업계는 초상집 분위기다. 블록버스터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던 G사는 조성모의 ‘아시나요’에 7억원, 포지션의 ‘마지막 약속’에 4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최근엔 한 편도 만들지 않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배우들의 개런티와 스태프의 인건비 때문에 이제 영화와 같은 뮤직비디오란 꿈도 꾸기 어렵다.
가수가 방송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뮤직 비디오를 찍어야 하는 김범수의 제작사는 처음엔 뉴질랜드에서 촬영하려고 했다가 다시 일본으로, 다시 한국으로 촬영 장소를 바꿨다. 제작비가 4억에서 3억으로, 2억으로 줄어들었다.
요즘 뮤직비디오 제작 수준은 5년 전으로 후퇴해 적당히 립싱크로 찍거나 간단한 스토리로 무명 배우를 기용하는 경향이 짙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국내 촬영 4일에 1억 5000만원을 호가하던 유명 뮤직 비디오 감독들의 제작비가 급락하고 있고, 심지어 3000만원이면 된다는 ‘덤핑’ 감독도 있다.
가수 매니저들도 이전과 달리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는 광경이 부쩍 눈에 띄고 A급 가수들중에는 그동안 기피했던 밤무대에 오르는 이도 있다.
영화도 예외는 아니어서 올해 촬영에 들어간 영화 ‘방아쇠’는 박광수라는 유명 감독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촬영이 중단되었으며, 이미 다 찍어 놓은 ‘튜브 2030’과 ‘내츄럴 시티’는 후반 작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개봉이 지연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품 때문이다. 이런 거품은 업계의 책임도 크지만 돈된다 싶어 투자처를 불문하고 자금을 뿌린 ‘냄비 투자’의 책임도 적지 않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품이 사라지는 것을 계기로 영화나 음반 제작자와 투자자들의 냉정하고 건강한 관계가 형성되기 기대해본다.
김영찬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