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김치를 찾아 상품화하는 ‘대장정’에 세 회사가 손을 잡았다. 왼쪽부터 하나코비 우학진 상품개발팀장, 두산식품연구소 이진혁 김치연구팀장, LG전자 냉장고사업부 박찬현 선임연구원.이헌진기자
‘가장 맛있는 김치를 가장 오랫동안 보관하려면?’
김치산업의 오랜 화두(話頭)다. 최근 김치산업의 대표주자인 세 회사가 이 물음의 해답을 찾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주인공은 상품 김치시장의 선두 두산 ‘종가집 김치’와 김치냉장고 시장의 ‘빅3’ 중 하나인 LG전자, 그리고 기능성 저장용기에서 국내 1위 업체인 하나코비. LG전자가 8월과 10월, 두산 및 하나코비와 개별적으로 제휴협정을 체결했으나 이제는 사실상 세 회사가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다.
16일 각 회사의 대표 ‘김치박사’들이 첫 회의를 가졌다. 이들은 두산식품연구소 이진혁 김치연구팀장(33)과 LG전자 냉장고사업부의 김치냉장고 분야 박찬현 선임연구원(43), 그리고 하나코비 상품개발팀 우학진 팀장(32)으로 모두 3년 이상 김치에 매달려온 베테랑들이다.
“냄새, 구수하네요.”
이날 오후 경기 용인시 수지읍의 두산식품연구소에 들어서자 박 연구원과 우 팀장이 동시에 덕담을 던졌다. 경남 창원시에서 올라온 박 연구원이나 서울에 직장이 있는 우 팀장, 손님을 맞는 이 팀장도 모두 연구소 내에 진동하는 ‘시큼털털한’ 김치 냄새로 첫 만남의 어색함을 씻는 듯했다.
“지역감정 다음으로 지역색이 뚜렷한 게 김치입니다.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사람에게 모두 맞도록 김치를 개발하는 것은 무리인 셈이지요.”
사무실 한편의 LG김치냉장고에서 실험 중인 김치를 차(茶) 대용으로 꺼내 내놓으면서 이 팀장은 이처럼 말했다. 그는 8년 동안 한해 10만포기의 배추로 실험용 김치를 담가왔다.
서울사람들에게는 아주 맛있는 김치가 다른 지방에 가면 ‘싱겁다’, ‘짜다’, ‘덜 익었다’, ‘푹 익었다’ 등으로 평가가 달라지는 것을 수없이 겪어온 박 연구원과 우 팀장 역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 연구원은 “젓갈 사용량 등 재료를 달리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별로 김치 익히는 법이 다르다”면서 “따라서 김치냉장고도 지역 특성에 맞게 발효 및 숙성프로그램이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김치에 있어 모든 국민을 아우르는 하나의 표준은 의미가 없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그는 “현재 LG전자는 지역별 계절별 종류별로 620여개의 김치숙성 프로그램을 개발해 놓고 있다”면서 “김치연구소와 함께 가장 좋은 방법 몇개를 추려내 이를 표준화하자”고 제안했다.
저장용기도 김치 맛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모양뿐만 아니라 같은 김치라도 옹기에 담느냐, 플라스틱통에 담느냐에 따라 맛 차이가 엄청나다는 것. 이 팀장 역시 “해마다 몇 차례씩 밀폐된 용기가 터져 김치 국물을 뒤집어쓴다”면서 “‘김치폭탄’이 아닌 숨쉬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 팀장은 “잡냄새는 빠지면서 유용한 가스는 새지 않는 용기를 개발하는 게 목표”라면서 “용기에 따라 저장 기간이 50%까지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치 삼총사는 e메일, 전화 등을 통한 실시간 자료 교환은 물론 두 달에 한번꼴로 정기모임을 갖고 맛난 김치와 그 맛이 나도록 프로그램화된 김치냉장고, 또 최적의 용기를 개발해 김치산업의 세계화에 앞장서자고 다짐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