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장점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많다는 것입니다. 여행을 갈 때도 해외까지 범위를 넓힐 수 있고 비행기를 탄다면 어떤 좌석에 앉을지도 결정해야죠.
자녀를 키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자는 야단을 칠 때도 회초리에만 의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을 끊어버리거나 게임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회초리 이상의 좋은 벌이 될 수 있지요.
용돈을 줄이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넉넉하게 주던 용돈을 줄이면 음반이나 게임프로그램 등 여가생활을 위한 도구를 장만하지 못하겠지요. 그러나 가난한 부모가 모자란 용돈을 줄인다면 자녀는 점심도시락을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일까요. 미국의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넉넉지 못한 가정일수록 자녀에게 회초리를 많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의 브루스 웨인버그 교수는 “부모의 연간소득이 6000달러가 되지 않는 극빈층의 아이들은 평균 6주에 한 번 꼴로 맞는다”며 “연간소득 1만7000달러 이상인 가정에선 체벌의 빈도가 넉 달에 한 번으로 뚝 떨어진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연간소득 4만달러 이상인 경우에는 1만7000달러일 때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웨인버그 교수는 “미국의 소득수준으로 볼 때 부모의 연간소득이 1만7000달러 정도면 아이에게 체벌 대신 게임기 등을 사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극빈층 가정은 벌의 일환으로 용돈을 줄이는 방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지만 1만7000달러 이상인 가정에서는 연간 4∼5번 사용했습니다.
인종이나 문화적 차이 등의 변수를 모두 배제한 뒤에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가난할수록 제재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녀를 더 많이 때리는 것일까요.
미국 뉴햄프셔대 사회학과 머레이 스트라우스 교수는 “많이 얻어맞고 자란 아이는 성인과 마찬가지로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자신감을 잃고 좌절하기 때문에 잠재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이런 얘기들을 종합하면 하나의 결론에 이를 수 있습니다.
‘많이 맞고 자라면 성공하기 어려워 가난한 부모가 되기 쉽다. 이들은 자신이 ‘대접받은’ 대로, 게다가 별다른 제재수단도 없어 자녀를 자주 때린다. 그러면 이들의 자녀는 다시 가난하게 살 가능성이 높다.’
이나연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