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반지인데 이렇게까지….”
“그래도 아이한테는 소중한 물건인데 찾아내겠습니다.”
15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시내의 유명한 공연장인 ‘산토리홀’에서는 장난감 반지 ‘수색작전’이 벌어졌다. 홀 관리자들은 전등을 들고 객석 밑을 뒤지고 전문가를 동원해 의자를 뜯어내기까지 했다.
초등학생인 아들의 300엔(약 3000원)짜리 장난감 반지 하나 때문에 일이 커지자 부모는 미안한 마음에서 “이제 그만 찾아도 된다”고 극구 만류했지만 이들은 1시간 가량이나 객석을 샅샅이 뒤졌다.
이날 산토리홀에서는 도쿄 필하모니 교향악단의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 특별연주회가 열렸다. 이 악단의 특별예술고문을 맡고 있는 한국인 지휘자 정명훈씨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2000여 청중은 힘찬 합창을 끝으로 연주가 끝나자 감격의 긴 박수를 보냈다. 일본삼성이 후원한 행사라 400여명의 초청객 가운데는 일본 주재 한국인 가족도 많이 눈에 띄었다.
연주회가 끝나자마자 회사원 이모씨(46)의 딸 현경양(12·한국인학교 초등부 6년)은 울상을 지으며 의자 사이를 뒤졌다. 최근 귀국한 친구와 이별의 정을 나누기 위해 두 개를 사서 끼기로 한 장난감 반지를 어쩌다 떨어뜨린 것.
이씨는 “같은 반지를 사주겠다”며 딸을 위로하고 홀 관리자들에게는 그만 찾아도 된다고 간청하듯 말렸지만 수색은 계속됐다. 좌석 주변을 1시간 가량 뒤졌지만 반지는 어디로 멀리 굴러갔는지 발견되지 않았다.
홀 지배인은 현경양과 부모를 홀 밖까지 배웅하며 고개 숙여 사죄했다. “찾게 되면 보내주겠다”며 주소와 전화번호도 받아 적었다.
현경양은 돌아서면서 “정말로 자신들의 일에 충실한 분들이에요”라고 말했고, 아버지 이씨는 “반지는 잃어버렸지만 가슴이 따뜻해진다”고 말했다. 음악은 만국 공통의 언어다. 선율 만으로도 느낌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토리홀에서 벌어진 장난감 반지 소동을 보면서 서비스 정신 또한 만국 공통의 언어란 생각이 들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