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삼성 썬더스와 SK 나이츠의 서울 라이벌전. 두 팀 모두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나란히 4연패한 끝에 잠실체육관에서 만났다.
결과는 삼성의 승리. 냉정히 본다면 삼성이 선전했다기 보다는 SK가 승리를 헌납했다고 하는 게 맞을 게다. 실책이 무려 15개나 됐으니까.
경기가 끝나자 신문과 방송의 인터뷰가 서장훈에게 집중됐다.
“오늘 인터뷰 많이 하네?” “아이, 잘 하지도 못했는데….”
덩치답지않게 겸연쩍어 한다. 바로 그 멋쩍은 웃음 속에서 지난 시즌과 달라진 서장훈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날 서장훈이 던진 슛 22개 가운데 들어간 것은 9개 뿐. 백발백중이었던 자유투 라인 근처에서의 슛도 번번히 림을 돌고 나왔다. 1쿼터 득점은 단 2점. 서장훈에 대한 상대팀의 집중수비를 감안하더라도 실망스런 기록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 날 서장훈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식식대다 경기를 망치곤 했다. 파울을 불어주지 않는 심판과 신경전을 벌이고 그러다 백코드까지 게을리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서장훈이 이날 잡아낸 리바운드는 양 팀 최다인 15개(공격 리바운드 3개). 득점은 시원찮았지만 그만큼 열심히 뛰었다는 증거다.
“체력이요? 그건 문제가 없어요.” “그럼 왜 중거리 슛이 예전만 못하지?” “슛을 쏠 수가 있어야지요.”
그의 손과 발은 지금 정상이 아니다. 먼저 발을 보자. 발바닥 안쪽으로 움푹 패인 곳이 있다. 그는 뛸 때마다 이곳을 송곳으로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이른바 ‘족저건막염.’ 치료 방법은 쉬는 것 뿐이지만 어디 그럴 형편인가. 그래서 임시 방편으로 전문가의 조언으로 만들어진 특수 밑창을 농구화 속에 깔고 뛴다.
“발은 경기에 열중하다 보면 잊어먹고 뛰어요.”
더 큰 문제는 손이다. 그의 손을 들여다봤다. 양손이 육안으로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부었고 몇 군데는 아직도 퍼런 멍이 들어 있다. 상대 선수들이 공을 뺏으려고 내리치는 바람에 다친 것이다. 이날도 그는 2쿼터 종료 직전 손을 주무르며 벤치로 나갔다. 심판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골 밑에서 공 잡고 있기가 겁나요.” 그렇지만 그 정도는 국보급 센터가 이겨내야 할 아픔이다. 차라리 이 말로 위안을 삼으면 어떨까. ‘서장훈이 골 밑에 있을 때 상대팀 선수들은 훨씬 더 겁이 난다.’
방송인·hansunkyo@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