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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포럼]이동철/부산~울산 해안관광벨트 조성을

입력 | 2002-12-16 18:42:00


부산은 합판과 신발산업 사양화 이후를 미리 대처하지 못했다. 울산의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산업도 앞으로 5∼10년 후에는 중국에 밀리게 될 것이다. 중국은 토지 투자비가 거의 없는 데다 임금이 싸기 때문에 자본과 기술만 갖추면 우리가 경쟁하기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 부산과 울산은 어떤 쪽에서 살길을 찾아야 할까. 미국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앞으로 각광받을 사업은 3차 산업 중에서도 다양하고 광범위한 문화적 체험을 파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세계여행을 비롯해 종합오락센터, 건강, 패션, 요리, 프로스포츠, 그리고 온갖 유형의 온라인 오락의 문화적 경험에 대한 접속권을 매매하는 ‘하이퍼 자본주의’의 새로운 주역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 말까지 해외여행 출국자는 700만명을 넘어서고, 골프 여행객과 연수 및 유학자가 급증하면서 여행수지 적자폭이 사상 최대인 3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700억달러 이상을 수출해 얻는 무역수지 흑자 110억달러 가운데 3분의 1이 다시 해외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때문에 한국은 중국과 동남아에서 일고 있는 한류(韓流) 열풍을 잘 이용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관광산업에 투자해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고속전철이 개통되고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수도권 인구의 레저 관광 수요는 가히 폭발적일 것이고,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도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서해안, 남해안과 달리 야산을 끼고 있어 탁 트인 수평선을 볼 수 있는 부산과 울산을 잇는 해안지역은 매력적이다. 호주나 미국의 해안에서는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산이 거의 없기에 상품성도 충분하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나라 동해안을 ‘산악변 해안(Mountain Side Coast)’으로 명명하자고 제안한다. 해안선을 따라 해안도로를 만들고, 해안 쪽에 해송 동백나무 후박나무 녹나무 등 상록수를 심어 난대림을 조성해 놓으면 굳이 제주도나 동남아로 가지 않아도 남국의 정취를 한껏 맛볼 수 있다.

이를 위해 해안 쪽에는 일체의 건축을 할 수 없도록 법제화하고 기존 난개발 건축물들은 연차적으로 모두 산 쪽으로 이설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성냥갑을 배열해 놓은 것 같은 횟집만으로는 수도권과 외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없다. 또 미래의 관광은 단순히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고 체험하고 참여하는 레저 스포츠 쪽으로 발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낚시 캠핑 스쿠버다이빙 요트 윈드서핑 해변오토바이 파도타기 모터보트 등의 참여형 스포츠 시설을 확충 도입하는 한편 골프장, 케이블카, 리조트 시설 등도 구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은 이 같은 관광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종합 계획을 세우고 도로개설과 환경 오염 방지시설 등을 위한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다. 부산시와 울산시가 공동 출자해 경험과 안목을 갖춘 국내외 업체를 선정해 관광벨트 사업을 하루속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동철 울산광역시 녹지정책관·농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