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가진 거리유세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대북관을 ‘낡은 사고’라고 비판하고 있다. - 안철민기자
▼李 "노후보 반미편승 전쟁위기 호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16일 기자회견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전날 기자회견에 대한 ‘맞불’ 공세의 성격이 짙다.
노 후보가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구호를 제시하며 이 후보를 ‘전쟁 불사론자’로 몰아가려는 것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노 후보의 이 같은 공세가 최근의 반미(反美) 분위기에 편승해 전쟁 위기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후보는 회견에서 “현 정부는 북한에 현금을 갖다 주면서도 북한을 진정한 평화의 길로 끌어내지 못한 채 핵 위기를 불러왔다”고 지적하며 ‘현금 지원 없이 평화 없다’는 노 후보 측 논리의 ‘맹점’을 공박했다.
이 후보는 대북 현금 지원→북한 핵 개발→주변 강국의 북한 핵포기 압력 증가→한미 갈등 심화→국내 시장 불안으로 외국인 투자 위축 등의 가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이 후보는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 후보의 주장이 북한측 논리와 맥이 닿아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선거 막판 터진 북한 핵문제를 계기로 안정 희구세력을 이 후보 쪽으로 결집시키겠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이 후보가 “94년 핵 위기는 명백히 북한의 약속 위반과 벼랑끝 전술 때문에 발생했는데도 노 후보는 이를 두고 우리 정부의 책임이라고 한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이날 선거전략회의에서 “평양의 대변인이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전쟁이냐, 평화냐’를 얘기할 수 있나”라고 목청을 높였다.
한나라당은 특히 한미 공조를 공고히 함으로써 전쟁 위기를 해소할 적임자는 이 후보뿐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노 후보의 주장대로 북한의 핵 개발 포기에 대한 검증 없이 현금 지원을 계속 강조할 경우 미국과의 관계가 더욱 불편해지고 결과적으로 전쟁 위기가 고조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핵심당직자는 “94년 북한 핵 문제가 터졌을 때 우리 국민은 미국의 북한 공습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했던 것이 사실 아니냐”며 “북-미, 한미 관계를 풀어낼 적임자는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부각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盧 "색깔공세 이제 국민이 용납 안해"▼
민주당은 16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기자회견에 대해 “낡은 시대의 ‘색깔론’ 공세에 나서고 있으나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대적인 반격을 펼쳤다.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북한과 입을 맞췄다는 이 후보의 주장은 무리한 논리 비약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날 대변인 성명 등을 통해 “이 후보는 냉전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편협한 대북관의 소유자”라고 비난하며 이 후보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노 후보가 ‘이 후보는 전쟁불사론자’라고 비판한 것은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이었던 러시아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알렉산드르 만소로프 박사가 9일 발표한 글을 참고한 것인데도 한나라당이 억지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설명이다.
핵문제에 대한 노 후보의 생각이 북한의 주장과 똑같다는 이 후보의 주장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1994년 북한핵 위기가 북한의 약속위반과 벼랑끝 전술에서 나왔다는 이 후보의 진단은 옳다. 그러나 노 후보는 북한의 그런 태도 앞에서 우리 정부가 어떤 태세를 갖추고 있었는지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고 해명했다. 즉 우리가 주도적으로 북한핵 문제의 해결에 나설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대화를 계속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노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거리유세에서 “상황이 94년과 아주 비슷하게 가고 있다. 당시 한국 정부와 김영삼(金泳三) 대통령, 김 대통령을 돕던 정치인들은 속수무책이었다”며 “현금지원을 끊으면 교류가 끊기고 교류가 끊기면 대화가 막힌다”고 역설했다.
민주당은 또 “6·25전쟁 이후 전쟁은 국민의 정부에서 일어났다”는 이 후보의 주장에 대해서도 “무지의 소치이거나 의도적인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6·25전쟁 이후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냈던 것은 KAL기 폭파사건이고 우리 체제에 가장 심각한 위협을 준 것은 청와대 기습사건이며 북-미간에 가장 큰 긴장을 불러온 것은 푸에블로호 납북사건,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94년 북한핵 위기였는데 이들 사건은 모두 구 여권집권 기간에 일어났다는 주장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