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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제도 이렇게 바꾸자]불공정 경중따라 처벌 다양화

입력 | 2002-12-17 18:09:00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의 징후를 증권거래소가 처음 발견한 것은 1998년 5월. 거래소는 심리를 거쳐 3개월 뒤인 8월 금융감독위원회에 사건을 이첩했다.

금감위는 6개월이 흐른 1999년 2월에야 조사에 착수했고 4월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다. 서울지검이 사건을 수사해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긴 것은 9월.

사건이 발생한 후 관련자들이 법정에 설 때까지 1년 4개월이 걸렸고 사건이 발생한 지 4년4개월이 지난 17일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무엇이 문제인가〓증권거래소 금감위 검찰 법원 등을 거치는 과정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검사들은 “사건이 검찰에 넘어올 때면 관련자들이 도망가거나 서로 입을 맞춘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정확하게 조사하기 위해 시간이 걸릴 수는 있다. 그러나 사건의 크고 작음을 따지지 않고 모든 사건을 똑같은 절차에 따라 처리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

특히 금감위는 일반투자자의 불공정매매행위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에 통보하거나 종결하는 것 외에 처벌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재판을 받지 않아도 될 사건이 검찰에 통보되기도 하고 작게나마 벌을 받아야 될 사건이 종결처리되기도 한다.

증권거래소 김정수 차장은 “다양한 사건에 다양한 제재 방법이 필요하다”며 “중요하지 않은 사건은 증권거래소 등 자율규제기관이 처리하고 금감위와 검찰 등 정부기관은 더 중요한 소수의 사건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효율적이고 강한 규제가 ‘강한 시장’을 만든다는 것이다.

▽금감원에 제재수단 줘야〓미국이나 영국이 하고 있는 것처럼 불공정매매를 한 증권회사 관계자나 일반투자자에게 일종의 벌금에 해당하는 ‘민사제재금’을 물리는 권한을 금감위에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한국증권연구원 정윤모 연구원은 “사법부의 벌금제도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전문성도 낮아 금감위가 행정벌의 일종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위 이정의 사무관은 그러나 “이 제도가 우리 법체계에 맞는지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금감위가 작전세력 등에 부당이익을 반환하도록 명령할 수 있게 하고 불공정매매를 한 당사자의 신원을 공개하는 방안, 위반행위를 중단시키는 중지명령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자주 거론되고 있다.

▽시장의 자율규제 기능을 살리자〓뉴욕증권거래소 같은 자율규제기관은 미국 증시에 막대한 규제 권한을 행사한다. 시장 전문가들이 효율적이고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규제하는 자율규제가 확대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한국 증권거래소나 증권업협회는 규제와 관련해 금감위와 금감원의 하부기관에 불과해 오래 전부터 법적으로 자율규제 기능을 강화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증권거래소는 실명제법 도입 이전보다 조사 자료의 접근이 어려워져 인터넷 등을 통한 불공정거래의 기법이 더욱 고도화되고 있는 현실과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한국 증권거래소는 불공정거래가 일어나고 있는 증권사에 대한 검사 권한도 없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