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인 2000년 12월, 한국 증시 사상 최고의 코미디 가운데 하나로 기억된 이른바 ‘보물선 파동’이 벌어졌다. 파문의 주인공은 당시 자본잠식일 정도로 경영 상태가 나빴던 동아건설.
12월초 이 회사에 대한 꿈같은 이야기가 증시에 떠돌기 시작했다. 동아건설이 바다 속에서 러시아의 군자금을 실은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는 것. “그 배에는 50조∼150조원 상당의 금괴가 들어있다더라” “동아건설이 이 중 5조원만 갖게 돼도 주당 순자산 가치가 8만4000원을 넘어선다더라” 등 근거 없는 소문이 끝없이 나돌았다. 300원이던 동아건설 주가가 1000원을 넘어섰다. 해양수산부가 12월18일 “발견 물체가 선박인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지만 투기의 광기는 멈추지 않았다. 장장 17일 연속 상한가. 이 회사 주가는 3000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광적인 투기의 종말은 항상 그렇듯 참담했다. 동아건설은 끝내 보물선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회사는 결국 종가 30원을 끝으로 지난해 6월 쓸쓸히 증시에서 사라졌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