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번 18번을 단 미네소타 와일드의 박용수가 19일 에드먼턴 오일러스전에서 퍽을 쫓아 맹렬히 대시하고 있다.사진제공 제이피리그 인터넷 홈페이지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팀을 만났다. 하지만 우린 젊었으며 승리에 굶주려 있었다. 이제 그 보상을 받았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만년하위팀 미네소타 와일드가 19일 ‘작은 기적’을 이뤘다. 그리고 그 중심엔 한국인 출신의 재미교포 박용수(26·미국명 리처드 박)가 있었다.
미네소타의 홈링크인 엑셀 에너지센터에서 열린 에드먼턴 오일러스전. 미네소타는 3피리어드 초반까지 1-3으로 끌려가 패색이 짙었다. 더구나 상대는 2000년 팀창단 이후 상대전적 7패5무로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던 ‘천적’ 에드먼턴.
미네소타는 3피리어드 8분31초경 마리안 가보릭이 한 골을 넣어 2-3으로 따라붙었다. 이후부터는 박용수의 독무대. 박용수는 경기종료 7분20초를 남기고 골대 뒤에서 안쪽으로 파고들며 스냅슛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용수는 연장전 4분43초에 에드먼턴 골리 저시 마카넨의 몸을 맞고 리바운드된 퍽을 살짝 밀어넣어 천금같은 ‘골든골’을 뽑아냈다. 동료들은 박용수를 부둥켜 안으며 에드먼턴전 첫 승의 감격을 나눴고 홈팬들도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이날 승리는 미네소타가 18승7무8패(승점 43)로 서부 콘퍼런스 북서지구 1위로 도약하는 계기가 된 것이어서 더욱 뜻깊었다. 경기가 끝난 뒤 미네소타의 자크 르메이감독은 “우리 팀이 치른 경기중 최고의 게임이었다”며 “박용수의 컨디션이 좋아 연장전에서 뭔가 해낼 줄 알았다”고 말했다. 패배한 에드먼턴의 크레이그 맥타비시감독도 “박용수는 작았지만 아주 강한 선수였다”고 평가했다. 79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간 박용수는 84년 아이스하키에 입문했다. 92년부터 94년까지 캐나다 온타리오주 주니어리그에서 최고의 공격수로 활약한 그는 94년 프로팀인 피츠버그 펭귄스에 입단했으나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 신생팀 미네소타로 이적한뒤 2001∼2002시즌 62경기에서 10골 15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올 시즌엔 33경기에서 7골 3어시스트를 기록중이다. 그는 올해 4월 한국출신 선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국가대표팀에 선발돼 세계선수권대회(스웨덴) 예선리그 6경기에서 3골 3어시스트로 팀내 최다포인트를 기록했다. 스케이팅과 순간 스피드, 골 결정력이 모두 뛰어나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