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거시경제지표는 한국 기업과 투자자들의 판단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미국 경제가 한국 경제에 적잖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동북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수출 비중이 대미(對美) 수출비중을 넘어섰지만 미국은 여전히 한국 수출제품의 5분의 1이 팔리는 거대시장이다.
동북아 국가들의 눈부신 경제성장도 미국의 구매력 없이는 불가능했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 시장의 영향력을 결코 낮춰볼 수 없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세계 경제성장의 40%는 순전히 미국 덕택이었다.
미국의 거시경제지표가 실물경제의 흐름을 시시각각 거울처럼 비쳐주고 있다는 점도 이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11월 경기선행지수가 12월 말에야 발표되는 한국과는 다르다. 한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로 부상 중인 중국도 믿을 만한 통계자료가 부족하고 그나마 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아 접근하기가 어렵다.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미국 거시경제지표의 변화는 미국 가계의 소득 및 소비와 미국 기업의 투자계획 변경을 통해 한국의 수출과 기업 수익성에 영향을 준다.
또한 미 정부의 재정정책이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결정을 통해 미국 주가에 충격을 줌으로써 한국 주식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두 번째 경로를 통한 자본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다.
▽어떤 거시경제지표가 중요한가〓각 거시지표의 영향력은 발표 시점의 경제 여건과 관심사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의 순위가 매겨져 있다.
미국 경기의 연착륙 여부가 최대 관심사인 2000년 이후 주목을 받고 있는 지표는 고용보고서, 미국공급관리자협회(ISM)지수, 고용비용지수(ECI) 등이다. 시의성 면에서는 소매판매와 내구재 수주도 두드러진다. 최근 소비가 미국 경제의 주춧돌이 되면서 주택 및 내구재 판매 지수도 자주 인용된다.
이 가운데 ISM지수는 각 기업 자재과장들에게 자재가격, 주문, 재고, 배달시간 등을 설문조사한 것으로 경기흐름을 실감나게 전달해주는 지표로 평가받는다.
한화투신운용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의 경기실사지수(BSI)에 해당하는 ISM지수는 90년대 들어 재할인율 조정에 6∼12개월 선행해왔다”고 설명했다. 고용보고서는 후행성이 강한 단점이 있으나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 1996년 중요성을 거론한 뒤 금리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점검 포인트〓요즘같은 경기 바닥권에서는 경기 흐름을 앞질러 보여주는 선행지표가 동행 또는 후행지표보다 중요하다.
대우증권 김영호 연구위원은 “경기선행지수(경제 전반), ISM제조업지수(제조업), 소비자신뢰지수(소비) 등이 선행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현재 경기 흐름을 잘 반영하는 동행지표로 미국의 민간연구기관인 연방경제연구국(NBER)은 고용보고서, 개인소득, 제조업판매지수, 산업생산 등 4가지 항목을 주로 참고한다.
대미 수출 전망을 할 때는 내구재 수주와 ISM지수의 가격지불 항목을 잘 살펴보는 게 좋다. 내구재 수주는 수출 규모를 예상하는데 유용하고 ISM지수는 수출 채산성을 가늠케 한다.
2001년 초까지만 해도 미국 거시경제지표 변동에 따라 주식을 사고 파는 시점을 결정하는 극단적인 동조투자가 유행했다. 하지만 거시경제지표는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못한다. 이를 직접 투자에 활용하기보다는 미국 실물경제의 전모를 나름대로 그려보는 데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요 미국 거시경제지표의 내용과 체크포인트지수중요도발표시기내용 체크포인트고용보고서A매월 첫째 금요일-전달의 고용 현황-시간당 평균 임금과 노동시간은 FRB가 금리 결정할 때 관심있게 봄ISM지수A-매월 첫째 영업일-전달 신규주문, 생산, 고용, 재고, 물품인도 등에 관한 각 기업 구매책임자 설문조사 결과-50 넘으면 전달대비 경기 확장 시사-선행지표로서 경기순환 전환점 측정에 유용소매 판매(Retale Sales)A-매월 13일 전후-전달의 비 서비스부문 소매 판매-변동성이 크고 서비스 부문(개인소비의 58%)이 포함 안 됨고용비용지수(ECI)B+매분기 첫째 월말-전 분기 고용 현황-금액이 아니라 지수임소비자물가지수(CPI)B+매월 13일경-전달의 소매 물가-가격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소비자물가지수가 중시됨내구재 수주(Durable Goods Orders)B매월 26일-전달의 내구재에 대한 제조업 신규 수주 및 출하를 경상금액으로 발표-수출수요가 포함됨-경상금액이기 때문에 물가를 고려할 필요가 있음
국내총생산(GDP)B추정치는 해당 분기의 다음달 말-잠정치는 추정치 발표후 1개월 뒤, 확정치는 다음 분기 마지막 달에 발표. -경제활동 전반을 나타내는 지표-고용지표와 아울러 생산성 증가의 중요한 척도-재고 급증은 앞으로의 성장 전망이 부정적임을 시사산업생산(Industrial Production)B-매월 15일 전후-전달의 제조업 광업 유틸리티 생산의 변화를 측정함.-가동률 85%가 인플레이션 압력 발생의 기준점.-가동률 변화는 생산자물가 변화를 잘 알려줌-월간지표는 잠정치이고 수정될 가능성이 높음생산자물가지수(PPI)B-매월 11일경-전달의 도매물가-완성재 물가가 가장 중요.-수입 제품 가격은 반영 안 됨소비자신뢰지수 (Consumer Confidence)B-매월 마지막 화요일-당월 및 앞으로의 경기에 대한 5000가구의 판단-실제 소비로 연결되지 않을 수도 있음개인소득과 소비지출C+매월 첫 영업일-전전달의 개인소득과 소비지출 저축률 등의 현황-서비스 소비에 대한 유일한 지표-고용과 소매판매 등 유사 통계치가 발표된 뒤 나와 중요성 적으나 내용은 가장 상세함제조업 수주(Factory Orders)D+매월 초-전전달의 제조업 제품 수주 현황과 재고 현황-제조업 제품에 대한 수요의 선행지표-비국방자본재 수주는 설비투자의 선행지표
선행지수(Leading Indicators)D-매월 말 -앞으로 2개월간의 고용, 통화공급, 주가 등 경제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10개의 주요 경제지표의 가중평균-시차가 많아 영향력 크지 않고 예측력도 높지 않음자료:대우증권,브리핑닷컴,야후닷컴
이철용기자 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