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마-냄새의 문화사/콘스탄스 클라센 외 지음 김진옥 옮김/311쪽 1만2000원 현실문화연구
◇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미셸 파스투로 지음 강주헌 옮김/178쪽 9800원 이마고
친구에게서 소개받아 처음 만난 남자. 성격, 성장환경 등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만약 그가 줄무늬 옷을 입고 나왔다면? 권위나 제도에 구애받기 싫어하는, 자유로운 성격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있다. 만약 그가 은은한 우디(Woody)향을 풍긴다면? 은근히 자기의 남성성을 과시하려 하지만 실제로는 세심한 성격을 지닌 ‘멋쟁이’일 수 있다.
무늬, 그리고 냄새. 피하고 살 수 없는 필수 생활요소로 집단 또는 개인을 구별하는 중요한 ‘상징’이기도 하다. 두 책은 각각 냄새와 무늬로 들여다 본 ‘감각의 문화사’ 또는 ‘상징의 미시(微示)사’다.
‘향’은 예부터 상징인 동시에 생활필수품이기도 했다. ‘겨드랑이에서 나는 염소냄새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장미 혼합물을 눌러 문지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 6세기 한 위생학자의 말이 향기의 실용적 측면을 잘 설명해준다. 역사상 ‘냄새가 가장 강했던’ 시기는 대체로 역병이 돌던 시기와 일치했다. 온갖 종류의 향기가 병의 전염을 억제한다고 믿었기 때문. 유럽인들은 로즈메리에서 마늘 식초, 심지어 배설물에 이르기까지 온갖 냄새로 병을 퇴치하고자 했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의 향이 분화한 것은 19세기 말에 이르러서이다. 나무와 가죽 등의 향기로 남성을 표현하고자 했지만 20세기 중반 이후까지도 향기란 남성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다고 ‘아로마, 냄새의 문화사’는 설명한다.
‘악마의 무늬, 스트라이프’ 는 ‘줄무늬’라는 코드가 갖는 상징의 변화를 담아낸 책. 서구 문화권에서 줄무늬는 본디 ‘금지된’ 무늬였다. 구약성서의 ‘레위기’ 가 ‘두 재료로 직조한 옷을 입지 말지며’라고 못박고 있기 때문. ‘바탕과 무늬의 구별에 혼란을 준다’는 이유 때문에 심지어 중세에 줄무늬는 ‘악마의 무늬’로 멸시당했다. 눈에 잘 띄어 죄수복으로 즐겨 쓰였다는 점도 ‘줄무늬’에 대한 혐오감을 강화시켰다.
그러나 저자는 근대에 들어와 오히려 줄무늬가 ‘자유와 생동감’이라는 긍정적인 뜻을 지니게 됐다고 말한다. 미국 국기에 실린 줄무늬, 프랑스의 삼색기, 수병 제복의 줄무늬가 나란히 ‘진보’의 이미지를 담았기 때문. 이런 내력으로 인해 오늘날 줄무늬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의미를 담게 됐다. 그러나 ‘질서’ ‘속박’과 ‘자유’ ‘개방’을 각각 반대편에 놓는다면 줄무늬는 언제나 ‘자유’의 이미지를 담아왔다.
두 권 모두 의미있는 주제를 담고 있지만 논문집을 풀어놓은 듯 다소 딱딱한 체제가 책 읽는 속도를 떨어뜨린다. ‘스트라이프’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잘 연구하지 못했다’라는 투의 불필요한 수사를 남발하고 있는 점도 눈에 거슬린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