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로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선수가 된 것만도 꿈같은 일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엔 NFL 올스타가 됐다. 꿈의 무대, 별 중의 별들이 펼치는 ‘프로볼’ 무대에서 뛰게 된 것이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흑진주’ 하인즈 워드(26·피츠버그 스틸러스·사진). 그가 20일 발표된 2003년 프로볼 선수 명단에서 아메리칸콘퍼런스(AFC)를 대표할 와이드리시버로 뽑혔다. 프로볼은 AFC 선발팀과 내셔널콘퍼런스(NFC) 선발팀이 격돌하는 ‘NFL의 올스타전’이다.
특히 팬 투표로만 선발되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나 미국프로농구(NBA)와는 달리 투표과정에서 팬과 각 구단 감독 및 선수들의 의견이 3분의 1씩 반영되기 때문에 프로볼에 뽑힌 선수는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최고의 스타이다.
워드는 AFC 130여명의 와이드리시버 중 단 4명만 뽑는 ‘바늘구멍’을 통과해 내년 2월3일 하와이의 호놀룰루에서 열리는 미식축구 최고 축제에 당당히 나서게 됐다.
박경규 대구미식축구협회 회장(경북대 교수)은 “NFL에서 뛴다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16개팀이 모인 콘퍼런스에서 수많은 와이드리시버들을 제치고 프로볼 출전선수로 뽑혔다는 것은 최고의 영예”라고 말했다.
워드가 선택된 것은 그만큼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 조지아대 시절 미국대학풋볼 사상 처음으로 1000야드를 전진하며 주가를 올린 워드는 피츠버그 입단 2년째인 99년부터 주전 자리를 꿰찬 뒤 성장을 거듭해 올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올해가 프로 5번째 시즌.
그는 올 시즌 허벅지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는데도 양대 콘퍼런스를 통틀어 와이드리시버 중 두 번째로 많은 11개의 터치다운을 성공시켰고 패스를 받은 횟수와 전진 거리에서는 모두 3위에 올라있다.
피츠버그는 워드의 활약을 앞세워 정규리그 2경기를 남겨놓은 이날 현재 북부지구 1위(8승1무5패)를 달리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실시된다.
1m85, 88㎏의 당당한 체격의 워드. 그 에게는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주한미군 흑인병사인 아버지 워드 주니어와 어머니 김영희씨(53)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아버지가 가족을 떠나는 바람에 어려서부터 어머니 손에서 자랐다. 그라운드 밖의 워드는 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는 효자이기도 하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와이드리시버(Wide Receiver)
공격할 때 상대편 최전방으로 달려들며 쿼터백이 던져주는 볼을 받아 터치다운으로 연결하는 임무를 맡은 역할이다. 프랭커(Flanker·FL)로도 불린다. 주로 공격대형(스크리미지) 좌우 끝쪽에서 한두 발 정도 뒤에 서 있다가 공격이 시작되면 상대 수비를 피해 재빨리 뛰어들어가 공간을 확보, 쿼터백의 패스를 유도한다. 순발력과 스피드가 필수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