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민이를 낳은 지 두 달 만에 처음으로 승민이를 데리고 외출을 했다. 아내의 대학교 서클 친구의 결혼식에 가기 위해서였다. 그날따라 날씨가 추워서 아내는 승민이에게 옷을 겹겹이 입힌 뒤 아기띠로 매어서 안고갔다.
승민이가 결혼식장에서 혹시라도 떼를 쓰고 울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는데 몇 번 뒤척이기만 했을 뿐 내내 잠을 잤다.
아내는 결혼식장에서 승민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했지만 그날 처음 착용한 아기띠를 풀었다 찼다 하기가 번거로웠고 겹겹이 입힌 옷을 벗겼다 입혔다 하기도 귀찮았다. 그래서 결혼식이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아기띠를 풀지 않았다.
그런데 8시간이 지난 뒤 집에 와 승민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보니 엉덩이가 빨갛게 퉁퉁 부어 있었다. 의학 교과서에만 보던 ‘기저귀 발진’이 생긴 것이다. 며칠 있으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지더니 나중엔 살이 헐어 진물이 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기저귀 발진은 젖은 기저귀를 자주 갈아주지 않거나 이유식 초기 때 과일을 많이 먹이면 변이나 오줌에 있는 암모니아 같은 산성 성분이 엉덩이 피부를 자극해 잘 생긴다.
“일부러 천 기저귀로 바꾸었는데도 왜 이럴까.” 우리 부부는 곰곰이 생각하다 천 기저귀를 세제를 사용해 빨면 피부에 자극을 준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됐다.
그래서 이후부터는 천 기저귀를 빨때 되도록 세제 사용을 피하고 물에만 몇 번 헹궜다. 또 두 시간마다 기저귀를 확인하고 똥을 쌌을 땐 엉덩이를 깨끗이 씻겨줬다. 오줌을 쌌을 때는 물 솜으로 엉덩이를 닦아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씻은 엉덩이는 헤어드라이기로 깨끗이 말렸다. 가끔은 기저귀를 채우지 않기도 했다.
기저귀 발진이 있을 때 발진 연고를 바르고 난 뒤 분을 바르면 피부의 땀구멍이 막혀 증세가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분 바르는 것은 일부러 피했다. 또 소독된 물티슈도 아기의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발진이 생긴 뒤에는 가능한 사용하지 않았다.
이렇게 신경 쓴 지 며칠이 지나자 짓무름이 가시고 보송보송한 살결이 되돌아 왔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