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업계, 외국기업, 광고산업 등을 맡고 있는 정미경 기자입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얼마전 미국계 다국적기업인 ‘한국 3M’에 기업윤리를 취재하려다가 ‘거부’당한 적이 있습니다. 윤리경영에 관해서라면 미국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꼽히는 기업인데 말입니다. 선물받지 않기와 왕성한 사회 활동 등 평소의 높은 평판을 감안할 때 뜻밖의 반응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활동을 하고 있지 않느냐고 묻자 그건 예전부터 해온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부각시키고 싶지 않다고 하더군요. 자신들이 하고 있는 사회활동이 부풀려져 소개되기보다는 차라리 가만히 있는 편이 낫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면서요. 취재는 거절당했지만 그리 기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독일계 제약회사 바이엘 코리아는 정기적으로 초등학교를 방문해 화학 실험을 해주며 환경의 중요성을 가르칩니다. 그런데 학교를 섭외하기가 너무 힘들다는군요. 재미있는 화학 강의를 해주겠다고 연락하면 ‘공짜냐’ ‘혹시 아스피린(바이엘의 대표적 의약품) 팔려는 것 아니냐’ 등의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이 익숙지 않은 문화 때문이겠지요.
어느 외국기업인이 한 말이 생각납니다. 기업윤리는 ‘액자’ 윤리냐, 아니냐가 중요하다고요. 사장실 벽에 윤리강령을 거창하게 액자로 만들어서 전시는 해놓지만 실천은 하지 않기 십상이라는 거죠. 최근 많은 한국회사들이 기업윤리 개념을 도입하고 있으나 선언성 윤리경영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단기적인 금전적 효과를 내는 것과는 무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는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기업 이미지가 좋은 기업들은 십중팔구 사회활동에 열심히 나서는 기업들입니다. 이런 기업들이 진정한 의미의 ‘저력있는 기업’이 아닐까요.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