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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사막을 질주하는 ‘자동차경주의 마라톤’ 다카르 랠리가 내년 새해 첫날 다시 대장정의 시동을 건다.
1979년 첫 대회가 열린 이후로 40여명이 목숨을 잃은 ‘지옥의 레이스’. 하지만 모험을 즐기려는 참가자의 발길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1회 대회 때 40대가 참가한 다카르 랠리는 25회를 맞이하는 2003년 대회엔 28개국 437대의 자동차와 모터사이클이 참가, 19일 동안 8552㎞의 아프리카 사막과 들판을 달린다.
다카르 랠리는 전통적으로 매년 1월 1일 새벽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광장을 출발해 사하라사막을 질주, 세네갈 수도 다카르의 해변가로 골인하는 코스에서 이뤄져왔다. 이 대회가 ‘파리∼다카르 랠리’로 불린 것도 이 때문.
그러나 올해 열린 24회 대회부터 출발점이 달라지면서 대회 명칭에서 파리를 떼어냈다. 환경단체들이 아프리카의 생태계를 훼손하고 수많은 사람이 죽는 야만스러운 대회라며 출발장소인 콩코르드광장을 봉쇄하겠다고 나섰기 때문. 그래서 바뀐 출발점이 프랑스 북부도시인 아라스.
내년 대회는 출발점과 결승점이 모두 달라진다. 프랑스 남부도시인 마르세유에서 출발, 북부 아프리카의 사막지대를 거쳐 이집트 시나이반도의 샤름엘셰이흐가 종착점이다. 골인지점이 다카르에서 이집트의 한적한 마을로 바뀐 것은 서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내전이 계속돼 선수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
그래서 대회 명칭에 ‘다카르’라는 말이 아예 빠져야 옳지만 대회 조직위인 티에리사빈위원회(TSO)는 “그동안 ‘파리∼다카르 랠리’가 가져온 상징성을 생각해 다카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낮에는 30∼40도까지 치솟았다가 밤에는 영하로 곤두박질하는 날씨. 여기에 모래와 암벽이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을 20일 가까이 달려야 하는 고생길.
하지만 이런 점이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경주’로 각광받는 이유가 된다. 2001년 여성 최초로 경주차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유타 클라인슈미트(독일)도 96년 아마추어 보조운전자로 참가했다가 경주에 매료된 케이스.
또 오로지 두 바퀴에 의존해야 하는 모터사이클 참가자도 155명이나 된다. 모터사이클 참가자들은 낮엔 기마자세로 사막을 달리고 밤엔 히터가 장착된 옷으로 몸을 데우며 새벽까지 모터사이클을 정비해 또 레이스에 나선다.
나머지 참가자는 자사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세계 유명 자동차 메이커들. 24회 우승팀인 미쓰비시의 경우 경주차 7대(레이스카 5대, 트럭 2대)에 10대의 지원차량을 파견한다. 지원인원만 200여명에 이르고 60억원 이상의 경비를 투입하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도 90년대부터 꾸준히 다카르 랠리에 참가, 94년 쌍용 훼밀리가 최초로 완주에 성공했고 2000년에는 기아 스포티지가 개조차량(T3) 부문에서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는 이번 대회 참가하지 않는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다카르랠리 진행 방법…17개 소구간 나눠 타임 환산 승자 가려
지구상에서 가장 길고 험난한 땅을 달리는 다카르 랠리. 과연 이 경주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까?
포뮬러원(F-1)과 같은 도로경주와 달리 랠리는 경주차들이 한꺼번에 달리지 않고 시차를 두고 개별적으로 출발한다. 또 끊임없이 계속 달리는 것이 아니라 구간별로 나누어 타임을 재고, 이것을 합산해 최종 승자를 가린다.
2003년 1월 1일 출발, 19일간 벌어지는 2003 다카르랠리의 경우 17개 구간으로 나뉘어 총 8552㎞를 달리게 된다.
경주 구간은 또 스페셜스테이지(특별구간)와 리애종(연결구간)으로 구분된다. 스페셜스테이지는 타임을 재는 진정한 레이스 구간이며 리애종은 정해진 시간 내에만 통과하면 되는 구간.
주로 하나의 경주구간 중에 코스가 어려워 드라이빙 기술과 경주차의 내구성이 고도로 요구되는 곳이 스페셜스테이지로 정해지고 비교적 평탄한 코스는 리애종이 된다. 리애종에서 시간 내에 들어오지 못하면 벌점을 받거나 탈락.
첫 출발 순서는 예선순위, 이후에는 랩타임 합산 성적순으로 출발하고 간격은 보통 1분. 하지만 뒷차가 추월하는 것은 예사고 수십대씩 무리지어 다니기도 한다.
차량별 출발 순서는 모터사이클이 1시간 전에 먼저 출발하고 이후 경주차, 경주트럭 순으로 이어진다. 모터사이클과 경주차의 사고를 막기 위한 배려. 19일간의 대회기간 중 1월 13일 이집트 시와에서 단 하루 휴식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2개의 구간에선 참가자들이 위성위치확인장치(GPS)를 사용하지 못하고 오로지 본인의 힘으로만 루트를 헤쳐나가야 하는 ‘고약한’ 규정도 있다.
2002년 대회 참가차량 318대 중 133대(42%)가 완주했으나 모터사이클은 167대 중 59대(35%)만 결승점을 통과했다.
전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