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축구전문가 저서에 “훌륭한 축구선수는 90분 경기 중 그의 발에 공이 닿는 시간이 1분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나온다. 자신에게 공이 오면 지체없이 패스를 하란 얘기, 가능하면 드리블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말은 농구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빠른 패스만이 상대수비의 빈 공간을 뚫는 속공을 가능하게 한다.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도 공격의 속도가 승패를 결정짓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현재 각 팀 성적을 보더라도 속공이 가능한 팀만이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지난 일요일 코리아텐더 푸르미는 TG 엑써스에게 비록 패하긴 했지만 3쿼터말과 4쿼터초 2분여동안 14점을 몰아넣은 저력을 보여줬다.
관중은 현란한 드리블, 통쾌한 3점슛에도 열광하지만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속공에 더욱 흥분한다. 솔직히 말해서 프로농구 10개 팀 중 LG, 동양, 코리아텐더 경기가 제일 재미있다. 이유는 물론 그들만의 빠른 농구에 있다.
프로팀들은 여름 내내 대학팀들과 돌아가면서 연습경기를 갖는다. 프로팀이 항상 이길 것같지만 천만의 말씀. 대학팀에게 형편없이 지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물론 승패에 구애받지 않고 시즌 개막에 맞춰 팀을 만들어 가는 과정인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젊은 대학선수들의 힘과 스피드, 즉 속공을 당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KBL은 올해 관중들의 재미를 높이고 빠른 공격을 권장하기 위해 몇 가지 룰을 고쳤다. 속공을 당하는 팀 수비자의 파울을 고의적인 파울로 인정해서 자유투 1개와 공격권을 주는 것이 대표적. 관중의 보는 재미를 방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 2쿼터에는 용병을 1명만 출전시켜야한다. 국내 장신선수의 육성에도 의미가 있지만 빠르고 아기자기한 농구를 보여준다는 게 더 큰 목적이다.
하긴 어느 팀 감독이건 속공을 하고 싶지 않을 감독이 있겠는가. 늘 강조하고 연습하는 것이 속공인데. 결국은 포인트가드의 역량에 달렸다. 야구의 좋은 투수와 마찬가지로 농구에서 좋은 가드 역시 타고나는 것이다. 성적이 안 좋은 팀 감독들이 “상민이 같은 선수랑 농구하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푸념을 늘어놓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선교/방송인·hansunkyo@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