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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시카고 보이스 앙상블´ ˝사랑의 하모니˝

입력 | 2002-12-24 19:05:00

시카고 교포와 한국인 유학생 21명으로 구성된 ‘시카고 보이스 앙상블’ 단원들이 2001년도 정기 공연에서 주옥같은 명곡을 부르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교포와 유학생들이 자선 공연을 열어 10년째 한국에 있는 불우한 이웃들을 돕고 있어 세밑에 훈훈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시카고 교포와 한국인 유학생 21명으로 구성된 ‘시카고 보이스 앙상블’은 1993년 결성된 이래 매년 정기 공연과 특별 공연을 개최해 입장권 판매 수익 전액을 한국으로 송금하고 있다.

시카고 보이스 앙상블은 지금까지 20여회에 걸친 공연을 개최해 탈북자와 심장병 어린이, 소년소녀 가장, 수재민 등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2003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에 합격한 소녀가장 이선양양(18·전남 담양 창평고 3년) 소식을 접한 시카고 보이스 앙상블은 이양을 돕기 위해 내년 3월 특별 공연을 하기로 결정했다.

처음 모임이 결성될 때는 음악을 전공하고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전문 성악인이 모여 한인사회와 미국사회의 문화 교류를 도모하는 게 모임의 주된 목적이었고, 불우한 사람들을 도울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최일도 목사가 중국에 보육원을 만들어 갈 곳 없는 탈북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회원들이 자선 공연을 하면서 시카고 보이스 앙상블은 ‘친목단체’에서 ‘자선 단체’로 탈바꿈했다.

시카고 보이스 앙상블 크리스티나 리 회장(46)은 “첫 공연에서 얻은 입장 수익은 4000달러(약 420만원)로 큰 돈은 아니지만 이 돈이면 탈북자 수십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회원들 모두가 뿌듯해 했다”고 말했다.

시카고 보이스 앙상블이 한번의 공연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금은 2000∼3000달러로 큰 돈은 아니지만, 이들의 활동은 조그만 공연 수익보다 더 큰 결실로 이어졌다. ‘노래하는 천사들’이 한국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카고 교민사회 전체가 한국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눈길을 돌렸던 것. 이후 시카고 교민사회에서는 ‘탈북자 돕기 골프대회’ 등 한국의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한 행사가 꼬리를 물었다.

시카고 보이스 앙상블은 꾸준한 활동으로 시카고 지역에서는 제법 유명세를 타고 있다. 9월 시카고 주 정부 주최로 열린 한국인의 날 행사 때 초청돼 축하 공연을 했고, 최근에는 시카고 주 정부에 비영리기구(NPO)로 등록돼 내년부터는 지원금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리 회장은 “교포들은 생업 때문에, 유학생들은 공부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