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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지구기행]일본 규슈의 나가사키현

입력 | 2002-12-25 18:38:00

한겨울 신새벽 따뜻한 노텐부로(노천온천)에 몸을 담근 채 해돋이를 감상하는 기분이란. 나가사키현 시마바라반도의 남쪽 시마바라시는 아리아케해의 일출을 노천탕에서 감상할 수 있는 바닷가 온천타운이다.사진제공 나가사키현 관광협회


《1666년 9월 4일 여수. 하멜 등 네덜란드인 8명은 썰물을 이용해 조각배를 타고 조선을 탈출한다. 목적지는 네덜란드 상관(商館)이 있는 일본 규슈의 서쪽 나가사키(長崎). 8일 후. 일행은 나가사키 상관이 있던 인공 섬 데지마(出島)에 무사히 도착한다. 1635년 동인도회사의 범선 스페르베르 호를 타고 타이완을 출발, 제주도 근해에서 난파해 표류 끝에 조선 땅에 억류된 지12년만이다. 그 나가사키 현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오후 8시 나가사키 시내. 요즘 TV드라마 ‘야인시대’를 통해 눈에 익은 로멘덴샤(路面電車)가 길 한가운데로 달린다. 호텔과 상가, 점포가 늘어선 거리가 성탄 장식으로 화려하다. 관광협회의 마츠오씨가 먼저 안내한 곳은 이나사야마 공원(해발 333m)의 로프웨이(케이블카). 서울의 남산 같은 곳으로 그 곳에 서니 바다를 향해 열린 계곡에 들어선 나가사키 항과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한밤 불빛으로 수놓인 야경이 밤바다와 어울려 아름답다. 하코다테(홋카이도) 고베(효고현)와 함께 일본의 3대 야경에 든다는 이 풍경. 1945년 8월 9일 원폭투하로 단 3초만에 잿더미 변한 바로 그곳임을 알고 본다면 글쎄, 고베나 하코다데와 비교할 수 있을까.

나가사키는 일본에서 ‘세계로 난 창’(Window to World)’으로 불린다. 쇄국정책으로 문호를 꽁꽁 닫아걸었던 당시 일본 유일의 무역항이었던 덕분이다. 그런 특별한 역사는 곳곳에서 숨어있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에, 일본 최초의 고딕성당 오우라 텐슈도(大浦天主堂)에, 또 하멜 일행이 찾은 네덜란드 상관 데지마와 일본식 중국음식 ‘짬뽕’이 태어난 중국식당 사해루(四海樓) 등에….

나가사키의 첫 아침은 글로버 힐에서 맞자. 항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언덕이다. 서양 문물의 수입항이라는 도시의 정취가 잘 간직한 공원 ‘글로버 공원’(Glover Hill Park)과 성당 오우라 텐슈도가 여기 있다. 성당이 설 당시(1865년)는 에도 막부의 천주교 탄압(1600년대 초반)과 동시에 시작된 쇄국정책이 종지부를 찍고 문호를 활짝 연 근세. 여기서 기적 같은 일이 펼쳐졌다. 잔혹한 탄압으로 엄청난 순교자를 낸 뒤 200여 년이나 지난 마당인지라 신자가 남아 있으리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성당 문을 연지 한달 후. 일본인 14명이 성당을 찾았다. 그리고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성모상은 어디에 있습니까?”

성당 옆 글로버 공원에 들어섰다. 19세기 영국식 저택이 여러 채 있다. 당시 영국인 무역상이 살던 저택을 옮겨온 것. 정원에서 한 외국인과 기모노 차림의 일본여인 동상을 보았다. 나비부인의 작곡자 푸치니, 그리고 나비부인역을 맡았던 일본의 프리마돈나 타카미 미우라다. 그 아래에 이렇게 씌어 있다. ‘30년 간 오페라에 출연하며 일본여인의 모습을 세계에 알린 인물.’

언덕을 내려와 나가사키 현청 앞 데지마(出島)와 차이나타운을 찾았다. 데지마는 주변 바다의 매립으로 그 모습을 잃은 지 오래. 소인국처럼 만든 미니어처만이 옛 모습을 보여준다. 데지마란 오사카의 간사이공항과 같은 인공 섬. 포르투갈 무역선을 통해 전파된 천주교가 확산되고 민란이 일어나자 에도 막부는 탄압과 동시에 데지마를 지어 포르투갈 상인의 거처를 이곳으로 제한했다. 포르투갈 상인 추방 후 이곳은 네덜란드 상인이 차지했고 조선을 탈출한 하멜 일행 역시 여기에 머물다 귀향선을 탔다.

나가사키 현에는 그러한 데지마의 20세기 판이 있다. 요즘 한국인 관광객의 인기를 모으는 네덜란드 주제공원 ‘하우스 텐 보스(Huis Ten Bosch)’가 그것. ‘오란다(홀랜드의 일본발음)〓세계 최고’일 만큼 17세기 당시부터 연유한 네덜란드에 대한 호감의 산물. 오무라 만을 매립해 조성한 이곳은 여러 면에서 데지마를 빼닮았다.

우선 이 안에 들어서면 누구든지 금방 자신이 일본에 있다는 사실을 잊고 만다. 모든 것이 네덜란드와 너무도 똑같기 때문. 팻말에 ‘입구 출구’ 대신 ‘입국 출국’이라고 써 붙인 것은 그래서일까.

암스테르담처럼 오란다풍 건물(호텔 전시관 뮤지엄)사이엔 캐널(수로)이 있고 이리로 보트가 다닌다. 주변에선 풍차가 돌고 상점에서는 치즈와 나막신을 판다. 도시의 모든 건물 역시 네덜란드 풍 좁은 창문의 벽돌집. 매일 밤 여기서는 불꽃놀이와 레이저 광선 쇼가 펼쳐진다. 31일 밤 ‘카운트 다운 쇼’는 일본 최고의 인기행사다.

나가사키현(일본규슈)〓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부글부글 유황온천 '지옥같은 천국'▼

나가사키 현의 운젠(雲仙)은 해발 700m의 험준한 산악 가운데 자리잡은 1300년 역사의 온천마을. 1935년 지정된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 세 곳에 들 만큼 일본 전통온천의 풍미와 경관이 두루 갖춰진 곳이다.

규슈호텔에서 도착, 차 문을 여니 유황냄새가 확 풍겨왔다. 객실 커튼을 걷자 지표면에서분출된 김과 유황가루로 온통 하얗게 뒤덮인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운젠지고쿠(雲仙地獄)다. 유황천 사이 샛길로 즐기는 산책이 흥미진진하다. 하얗게 뜨거운 김만 치솟는 곳이 있는 가 하면 펄펄 끓는 물이 튀는 시냇물도 있다. 유황가루로 뒤덮인 계곡은 눈처럼 하얗다. 주변 산 곳곳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중후한 전통 료칸의 온천타운 외곽엔 현대식 ‘스파 하우스(온천 박물관 복합공간)’도 있다. 실내외 온천탕과 함께 나가사키에 녹아있는 유럽교류의 역사를 엿보게 하는 유리박물관과 유리공방, 도자기 전시관이 식당과 함께 있다. 수령 2000년의 나무등걸을 파내어 만든 온천탕 욕조도 특징. 그 옆에는 100엔 짜리 대중온천탕도 있다.

1990년 화산분화로 생성된 헤이세이신산. 지금도 연기가 피어오른다.

운젠에는 볼거리가 또 하나 있다. 12년 전 분화(1990년 11월∼1995년 5월) 때 생성된 헤이세이 신산(新山·해발 1486m)인데 로프웨이로 오르는 후겐다케 정상의 전망대에서 잘 보인다. 분화 전보다 130m나 더 높아진 이 산에선 지금도 봉우리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전망대 아래로 펼쳐지는 해안 가 시마바라의 풍경도 압권. 천주교 신자 3만5000명이 항거하다가 몰살당한 일본 최대의 천주교 성지이기도 한 이곳은 헤이세이 신산 분화 때 흘러 내려온 용암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전망대에서 보면 용암이 흘러내려 마을을 덮친 흔적이 지금도 역력히 나타난다. 도시에 가 보니 당시 2.8m 깊이로 용암에 매몰된 주택이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무려 1692채의 건물이 용암에 매몰됐으니 마을 전체가 쑥대밭으로 변한 셈.

화산도시 시마바라는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면 좋다. 1792년 분화 때 마유산이 붕괴하면서 하룻밤만에 생성된 시라치 호수도 있고 분화 당시 생긴 물줄기를 끌어다 만든 마을 골목의 용수로에서 잉어를 키우는 코이노 미즈베 미치도 있다. 아리아케 해의 바다풍경을 볼 수 있는 해안 온천호텔의 노텐부로는 탕안에서 아침 해맞이를 할 수 있는 일출 명소다.

나가사키현(일본규슈)〓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 여행정보

◇나가사키시 ①로멘덴샤(www.naga-den.com)〓1일권 500엔. JR나가사키 역내 안내소에서 판매 ②이나사야마 공원 로프웨이〓왕복권 1200엔. 오전9시∼오후9시. ③글로버공원〓600엔 ④오우라 덴슈도〓250엔. ⑤현관광안내소〓JR나가사키역앞, 나가사키 현영버스터미널 2층. 오전 9시∼오후 5시 반. www.nais.e-nagasaki.com

◇운젠 ①찾아가기〓나가사키역앞 겐에이(현영)버스터미널에서 운젠행 버스. 1시간45분 소요. 1900엔. ②스파하우스(www7.ocn.ne.jp/∼unzenspa/)〓비드로(유리)뮤지엄+스파하우스 1100엔 ③전통료칸〓운젠규슈호텔(www.kyushuhtl.co.jp) 유메이호텔(www.unzen-yumei.co.jp) ④운젠국립공원〓www.unzen.org(운젠관광협회)

◇시마바라 ①찾아가기〓나가사키 역앞 rps에이 버스터미널에서 시마바라 행 직행버스, 2시간. 나가사키공항에서 직행특급, 1시간 40분. 구마모토 항에서 구마모토 페리로 30분.②Rent-A-Bike(www.city.shimabara.nagasaki.jp/)〓시마바라성, 페리항, 호텔에서 빌려줌. ③운젠다케 재해기념관(www.udmh.or.jp)〓가마다스 돔. 1000엔. 연중무휴. 헤이세이 신산의 분화활동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대 분화 극장과 시마바라의 화산피해를 재현하는 대 재해 극장 등 화산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곳. 시마바라 역에서 버스로 20분. ④시마바라 환타지아〓내년 1월 13일까지 매일 밤(오후 6∼8시). 시마바라 성에 장식한 5000개 전구를 이용한 일루미네이션 쇼. 무료. ⑤피해가옥 보존공원〓연중무휴, 자유견학. ⑥호텔(지역번호 0957)〓호텔 난푸로(62-5111) 시마바라 고와키엔(62-5211) 츠쿠모호텔(0957-62-3111)

● 나카사키 패키지 여행상품

①특별 전세기 항공편〓규슈는 ‘골프+온천’형 투어가 인기. 규슈전세기 패키지의 특징은 △최고급 호텔 투숙 △노팁 노옵션 △저렴한 가격(기존 상품의 80%선). 1월 1일∼2월말 매주 수 목 토 일요일에 출발(매회 80명 선착순 접수). 오이타 현(벳푸 아소활화산)과 나가사키현(운젠온천,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을 두루 들른다. 온천패키지는 △4일형 74만9000∼79만9000원(하우스 텐 보스 투숙시 5만원 추가) △5일형 84만9000∼89만9000원. 골프패키지는 △4일형 119만 △5일형 159만원. 라운딩은 하우스 텐 보스의 잭 니클로스 설계 코스. 문의 렛츠고재팬(www.letsgojapan.co.kr) 02-720-0331, 2

②크루즈 여객선편〓현지투어 코스는 전세항공편과 같다. 일본전문 여행박사(http://www.japankyushu.co.kr/goods/) 기획 상품. 6만t급 호화 크루즈형 여객선 성희호와 제트포일선 비틀 호를 이용한다. △하우스 텐 보스&구주구(九十九)시마(4일)〓39만9000원(토요일마다 40명) △하우스 텐 보스 & 운젠(4일)〓44만9000원(일요일 마다) △하우스 텐 보스 & 운젠 벳푸 아소산(5일)〓59만9000원(월요일 마다). 가족FIT(자유여행)를 위한 ‘하우스 텐 보스 4일’(매일)은 △비틀 호 69만9000원 △항공편 79만9000원. 문의 여행박사(www.tourbaksa.co.kr) △서울 02-730-6166 △부산 05-442-1451 △대구 053-421-9989.

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