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로 거액의 현찰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파워볼 복권이 판매된 미국의 23개주에서 펼쳐진 광경이다. 10월 말부터 1등인 잭폿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상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 21일에도 일확천금의 주인공은 없었다. 25일 추첨에서 잭폿이 터지면 당첨금은 2억8000만달러(약 3400억원)가량. 10년 역사의 이 복권으로는 세 번째 거액이며 세계 복권사상 다섯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당첨금을 일시불로 받으면 약 1억5140만달러(약 1820억원)라고 복권회사는 밝히고 있다.
각 주의 복권회사들이 활발히 광고를 하는 가운데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선 짐짓 “복권에 너무 많이 투자하지 마세요”라는 TV광고를 내보내 손님을 끌었다. 1달러를 기준으로 하는 파워볼 복권은 숫자 1∼53 가운데 순서 없이 5개를 맞히고 숫자 1∼42 가운데 하나인 파워볼 숫자를 더 맞혀야 잭폿이 된다. 확률은 1억2000만분의 1에 불과하지만 증시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복권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발길은 늘어만 간다.
시사주간지 타임이 뉴욕주 검찰총장 엘리엇 스피처를 ‘올해의 십자군’으로 선정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월가의 파수꾼인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월가의 경찰 역할을 했다는 데 있다. 그는 “‘월가와의 싸움’은 고속도로에서 과속 차량을 단속하는 것과 같다”는 표현을 썼다. 차 한대가 경찰에게 잡히면 다른 차들도 잠깐 속도를 줄이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시 과속하는 차들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지금 잠깐 속도를 줄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가 막 월가에 공세를 취하려고 할 때 월가의 ‘기관투자가’라는 잡지가 모임에 그를 초청했다. 스피처 총장은 거절하지 않고 그곳에 가서 월가 사람들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잡지사측에 대해서도 “우수 리서치팀이라며 상을 주는 것이 부끄럽지 않으냐”고 비난했다. 몇몇 참석자들은 욕을 내뱉으며 강연장을 뛰쳐나갔다. ‘2004년 뉴욕 주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이름을 알리려는 작전’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스피처 총장의 ‘튼튼한 이빨’(뉴욕 타임스의 표현)이 느껴진다.
낮 1시에 마감한 24일 증시는 별 특색 없이 ‘고요한 장’을 연출했다. 내구재 주문량이 1.4% 하락했다는 통계가 발표돼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됐다.
홍권희기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