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경사(오른쪽)가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쪽방촌의 한 노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영대기자
‘이웃사랑 중독증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서울 영등포경찰서 강력3반 김윤석(金潤錫·40) 경사는 자칭 ‘이웃사랑 중독자’다. 그는 강도와 절도범 등 범죄자들을 적발하고 체포하는 ‘무서운 경찰’이면서 한편으로는 서울 영등포역 쪽방촌 독거노인, 고아원 아이들, 노숙자 등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12년째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다.
김 경사는 성탄절 전날인 24일 후원 받은 겨울 내의 50여벌을 쪽방촌 독거노인들에게 나눠준 뒤 영등포경찰서 인근 파출소 옥상에 마련한 ‘쪽방도우미 봉사회’ 사무실로 돌아와 며칠 뒤 이들에게 전해줄 반찬을 준비했다. 수거해 온 음식 용기를 씻고, 후원 물품을 정리하는 일 등으로 밤 12시가 넘어서야 귀가했다.
김 경사의 ‘이웃 사랑’은 1990년 4월 시작됐다.
“마포경찰서 아현2파출소에 근무할 땐데 하루는 길에서 만취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알고 보니 고아원 출신이더군요. ‘삶이 힘들고 너무 외롭다’는 그의 얘기를 들으면서 고아로 자라는 아이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 수는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그가 처음 한 일은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고아원 ‘삼동소년촌’ 아이들을 순찰차에 태워 동네 한 바퀴를 돈 것. 아이들의 친구가 되면서 수시로 옷가지와 음식 등 생필품을 전하고 아이들의 고민 해결사 역할을 맡았다.
김 경사는 영등포역 쪽방촌 노인들에게로 관심을 넓혔다. 1평도 안 되는 쪽방에서 기거하는 노인들을 목욕탕에 데려가고, 영정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동안 알게 된 사람들 4, 5명과 함께 올해 2월에는 ‘쪽방도우미 봉사회’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인터넷 사이트(cafe.daum.net/jblover)와 함께 사무실도 차려 ‘도움주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회원은 25일 현재 130명.
그는 쪽방촌 독거노인 가운데 70세 이상이거나 3급 이상 장애인이면서 생활보호대상자가 아닌 27명에게 매주 목요일 쌀과 밑반찬, 라면 등 일주일치 음식을 갖다주고 있다. 올해 4월에는 독거노인 600여명을 대상으로 ‘노래자랑 잔치’도 열었다.
그는 “남을 돕는 즐거움은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며 “50세쯤 경찰직을 그만두면 강원 영월군에 있는 300여평의 땅에 노인복지센터를 짓고 싶다”고 말했다.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