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이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1500m 결승에서 1위로 골인하고도 실격으로 금메달을 박탈당한뒤 분노의 표정을 짓고 있다. 오른쪽은 두 손을 치켜들며 환호하는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 동아일보 자료사진
경기는 단 2분여만에 끝났지만 후유증은 보름이 넘도록 가라앉지 않았다.
올해 2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의 쇼트트랙 김동성(22·동두천시청) 금메달 박탈사건. 월드컵이 열리기 전까지 가장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게 바로 이 해프닝이었다.
아직도 열받는 그때 그장면 (연속사진: MBC화면촬영)
2월21일 솔트레이크시티 아이스센터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전. 세계랭킹 1위인 김동성과 미국이 자랑하는 간판스타 아폴로 안톤 오노은 우승후보답게 마지막 반바퀴를 남겨놓고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었다.
김동성에 이어 2위로 달리던 오노는 승부수를 띄우려는 듯 직선주로에서 안쪽으로 파고들어 추월을 시도했고 이를 간파한 김동성은 직선주로로 진입해 오노를 견제했다. 순간 오노는 두 손을 번쩍 치켜들며 그 유명한 ‘할리우드 액션’을 취했다. ‘김동성이 나를 막았다’는 의미.
오노에게 추월을 허용치 않은 김동성은 1위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고 태극기를 들고 빙판을 돌며 금메달을 자축했다. 하지만 호주의 제임스 휴이시 주심은 김동성에게 ‘크로스 트랙(Cross track)’이라는 반칙을 선언, 실격시키고 오노에게 금메달을 안겨줬다. ‘크로스 트랙’은 상대의 추월을 막기 위해 고의적으로 앞을 가로지른 일종의 진로방해.
어이없는 판정에 넋이 나간 김동성은 들고 있던 태극기를 빙판에 떨어뜨렸고 경기장을 빠져나가 숙소로 돌아간뒤 울분속에 밤을 지새웠다.
이 일은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국내팬들은 모든 인터넷 사이트를 오노 비난 글로 도배하다시피했고 대부분의 언론사 홈페이지도 마비상태에 빠졌다. 미국 NBC 방송‘투나잇쇼’의 진행자 제이 리노는 “김동성이 화가 나 집에 돌아간 뒤 개를 걷어차고 잡아먹었을 지도 모른다”는 발언을 해 국내의 반미감정에 불을 질렀다.
스포츠 중재재판소 제소, 폐회식 불참 등 강경방침을 밝힌 한국선수단의 입장과는 달리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한국선수들이 폐회식에서 성공적인 이번 대회의 대미를 축하하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가 비난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김동성은 오노가 불참한 가운데 4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첫 전관왕(6관왕)에 오르며 쇼트트랙 세계 1인자임을 증명했다. 또 한국축구대표팀의 안정환은 한일월드컵 미국전에서 동점골을 넣은 뒤 쇼트트랙 타는 모습의 골 세리머니를 해 김동성 사건으로 멍든 국민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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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말·말·말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 오노 수상 결정!(한 국내 네티즌)-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선두로 골인한 김동성이 할리우드 배우 뺨치는 연기를 한 아폴로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배우같은 연기 때문에 금메달을 빼앗겼다며.
▽빨리 미국을 벗어나 서울에 가고 싶다(김동성)-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를 모두 끝낸뒤.
▽제가 사실은 8관왕이예요(김동성)-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선 메달을 하나도 못땄지만 귀국한 뒤 각계로부터 전달받은 금메달이 8개나 된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