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모델을 뽑을 때 외모는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할까.
화면이나 지면에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의 외모를 지녀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모델 에이전시나 광고대행사에서 전문가 리스트를 작성할 때는 이들의 경력을 일단 점검한 뒤 여러 경로를 통해 사진 또는 동영상을 확인한다. 그러나 외모의 출중함보다는 ‘커뮤니케이션적인 맛’이 나는지 여부를 본다.
“커뮤니케이션적인 맛이란 소비자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끼’가 외모로 드러나는 상태를 의미한다.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연예인적 기질이 드러나면 좋다. 광고인들끼리는 보면 안다”는 게 오리콤 이홍록 부장의 말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 인물이 한의사 김소형씨. 미스코리아 출신인 김씨는 빼어난 외모에 ‘건강 전문가’라는 확실한 이미지 덕분에 유산균음료, 카레, 세탁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광고했거나 하고 있다.
한국피앤지의 샴푸 ‘팬틴’ 광고에 몇 년에 걸쳐 등장했던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미술가 한젬마씨,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씨, 자매 음악가 권민경 윤경씨 등 모두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매스미디어를 자주 접촉했던 인물들이라 빼어난 외모에 자연스러운 연기까지 가능했다.
그러나 때로 지나친 세련됨이나 뛰어난 연기력은 전문가 모델로 발탁되는 데 장애 요소가 되기도 한다. 광고 자체가 모델의 외모보다는 전문가가 상징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그렇다.
예를 들어 최근 전파를 타고 있는 한 금융상품 광고의 경우 최종적으로 두 명의 여성 전문가로 좁혀졌는데 외모로는 더 뛰어났던 쪽이 탈락했다. “광고의 컨셉트가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름다움보다는 적극성이 드러나는 외모가 필요했다”는 게 광고대행사 관계자의 말이다.
가정 주부를 타깃으로 한 식품광고의 경우도 친근한 인상의 전문가가 세련되고 뛰어난 외모의 여러 경쟁자를 물리치고 선발됐다. 소비자가 연예인 또는 대중 스타에게서 기대하는 것과 전문가 모델에게서 기대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전문가 모델의 ‘어설픔’은 그가 주는 신뢰도, 친근함과 맞물려 미덕이 된다.
너무 많이 대중에게 노출돼 이미 ‘연예인 수준’이 돼 버린 전문가도 광고업계에서는 꺼린다. 소비자가 식상해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무엇보다 자신의 직업 이외에도 취미활동 등으로 자신을 부각시킬 수 있는 재주를 지닌 전문가는 아무리 평범한 외모를 지녔어도 섭외 대상 1호다. ‘멀티태스킹에 능한 전문가’가 선호되는 이유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