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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인간은 일란성 쌍둥이인가

입력 | 2002-12-27 15:47:00


복제로 탄생한 아기는 DNA제공자와 100% 같은 유전정보를 지니고 태어나게 된다.

그러나 '설계도'인 DNA가 같다고 어른이 돼서도 DNA제공자와 생물학적으로 똑같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성격과 행동은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과학자들은 지능·행동·성격이 '유전'과 '환경' 가운데 어느 것에 의해 결정되는지 해답을 얻기 위해 일란성 쌍둥이를 연구해왔다. 일란성 쌍둥이도 복제로 태어난 아기처럼 똑같은 DNA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부모 아래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도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영양분을 흡수하느냐에 따라 몸무게나 키가 달라진다. 쌍둥이가 걸리게 되는 질병도 다르다. 물론 가치관이나 취미도 교우관계나 직업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차이의 근본 이유는 DNA가 '잠재적 가능성'일 뿐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DNA는 생명체의 '벽돌'인 단백질을 만든다. 하지만 같은 DNA도 영양·부모·계층·시대적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발현된다. 따라서 단백질의 종류와 양, 뇌의 신경회로는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게다가 복제인간은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와는 또 다르게 자궁 내 환경과 어머니의 영양상태가 다르다.

인간은 복제할 수 있지만 환경은 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영화로도 선보인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이란 공상과학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나치 잔당은 히틀러의 몸에서 떼어낸 DNA로 94명의 복제 히틀러를 만들어 아버지는 공무원이고 젊은 아내가 있는 집에 입양시킨다. 이어 복제인간이 12살이 됐을 때 이들의 아버지를 죽이기 시작한다. 히틀러가 아버지 없이 자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해를 하다가 발각돼 결국 나치의 음모는 수포로 돌아간다.

복제인간은 DNA제공자와 똑같은 가능성을 갖고 인생의 출발선에 서게 되지만 인생항로와 목적지는 달라진다는 얘기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